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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눈앞에 닥친 ESG 공시 의무, 피할 수 없는 탄소배출 관리[광화문에서/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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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유럽연합(EU)은 올해 4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EU로 수출되는 6개 품목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이른바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다. 올해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말까지는 준비 기간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EU로 해당 제품군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해야 한다. 준비 기간이 끝난 2026년부터는 EU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곳은 EU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기업이 직면한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정보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와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 기준을 정하고 2025년부터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주도로 개발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SG 공시와 관련된 첫 글로벌 표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종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산정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의 탄소 배출 관리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환경을 신경 쓰지 않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거세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시를 위한 데이터 확보 체계를 마련하고, 환경 관련 기술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지난달 유럽의회는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는 대신 구매한 탄소 감축권을 활용해 감축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제품을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활동을 금지했다. 백광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앞으로 유럽에서 감축권을 활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은 고품질의 탄소 감축 기술인 탄소 제거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올해 환경 분야 현안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개발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61.6%는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탄소 배출 관리를 비롯한 ESG 활동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여기기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혁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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