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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오죽했으면…금지된 물대포까지 동원하겠다는 경찰,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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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노숙집회 이후
연일 강경대응 카드 도입
기동대 추가 창설도 발표
노조는 “윤희근 사퇴” 맞불


매일경제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는 경찰.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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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법 집회 엄정 대응’을 천명한 경찰이 ‘살수차’ 재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강경 대응에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며 “관련 규정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살수차를 사용한 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가 마지막이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를 맞은 농민 백남기 씨는 10개월 후에 사망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도 살수차 일직선 살수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의 살수차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이후 경찰은 환경부 지침을 이유로 살수차를 전부 폐기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찰이 내부적으로 살수차 도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다만, 재도입이 이제 논의되기 시작한 만큼 대량 구매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살수차 재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회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일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진행한 ‘노숙집회’ 이후 “경찰이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위 중간에 인도에서 술을 마시는 노조원들의 모습이 다수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후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천명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약 2만명 규모로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열자 캡사이신 3800대를 준비했다. 캡사이신이 집회 현장에서 사용된 건 6년 전이 마지막이다. 이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노조원 4명이 연행됐고 4명이 다쳤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노조 측도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신고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해산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천명했음에도 안정적으로 시위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찰의 자신감도 더욱 붙는 모양새다. 7월에는 서울에 6개 경찰관 기동대를 추가로 창설하기로 했다. 경비력을 증강해 집회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살수차 도입 역시 집회 엄정 대응 방침의 하나로 추진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살수차 도입 여부’ 질문에 “시간을 두고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예정 없다”는 경찰 공식 입장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미 경찰 수뇌부들이 불법 집회 엄정 대응을 천명한 만큼 살수차 도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고위 관계자는 “불법 행위가 눈앞에 현저히 벌어지고 있음에도 기존에는 경찰이 법 집행에 미진했던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이제라도 법과 원칙에 맞는 공권력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의 강경 대응 노선에 노조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남용 책임자인 윤 청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윤 청장은 지난달 30일 내부 통신망에 집회 관리에 공적을 세우면 포상하겠다며 경감 이하 실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 승진 계획을 공지했다”며 “바로 그날 광양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폭력적인 연행이 이뤄졌고, 이튿날 연이어 김준영 사무처장도 망루에서 처참히 끌어내려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향소 설치를 저지한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 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경찰관 기동대 추가 창설과 살수차 도입까지 본격화할 경우 집회 현장의 충돌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잇따라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경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자유통일당은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3만명 규모의 ‘주사파 척결대회’를 연다. 한국노총 래미콘운송노조는 10일 여의도에서 1만 4000명 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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