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윤석열 정부,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더는 안 따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서 “재발 방지에 중점”

한겨레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대신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국방 현안인 ‘초계기 갈등’에 대한 양쪽 이견은 그대로 두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로 가자’는 윤석열 정부 대일 정책의 연장선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내세워 초계기 갈등도 봉합한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4일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계기 갈등에 대해 “(양쪽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무 협의부터 시작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양국 회담 뒤 보도자료를 내어 “한-일 국방당국 간 현안에 대해 재발 방지책을 포함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초계기 갈등에 대한 한국과 일본 국방당국의 입장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며 “일단 양쪽 입장을 그대로 두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나가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접근했다. 초계기는 적 군함과 잠수함을 공격하는 항공기다. 한국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고, 일본은 정상적인 비행이라고 맞섰다.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함포와 미사일의 조준을 돕는 사격통제 추적 레이더를 조사(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 광개토대왕함이 추적 레이더를 쏘지 않았음을 여러차례 확인시켰는데도 일본이 사실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군사적으로 보면, 초계기 근접 위협 비행은 한국 구축함에 대한 공격 의사를 드러낸 명백한 적대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초계기 갈등에 대해 ‘일본은 사실 왜곡을 중단하고, 우리 함정에 대한 위협 비행을 사과하라’는 입장을 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을 뒤집었지만, 초계기 갈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여러차례 확인했다. 이 사안에서 주장을 굽히면 일본의 적대행위를 묵과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초계기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데는 사실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현실도 작용했다. 진위를 가리려면 한국 구축함 전투체계 정보와 일본 초계기가 탐지한 레이더 정보를 밝혀야 하는데, 양쪽 모두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개할 뜻이 없다.

국방부는 이날 “한·일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가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한·일 국방당국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양국 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해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진전시키고, 한-일 국방당국 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협력 증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농약 통으로 첼로 만들어…멸종위기 새를 위한 콘서트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