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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넌 최혜진" 주문에 되살아난 우승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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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승 직후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최혜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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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너는 최혜진이야'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리려 했다. 지난주에 톱10에 들며 감을 조금 잡았고 이번주에도 예전에 내가 치던 대로 자신 있게 하려고 계속 마음을 가다듬었다. 남은 시즌에도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

4일 인천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오픈 최종일 4라운드.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최혜진은 이날 1타를 잃었지만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2위 정윤지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무려 2년7개월간 기다렸던 우승. 최혜진은 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통틀어 마지막 우승이 2020년 시즌 최종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이었다.

최혜진은 "오늘은 눈물이 나지는 않았고 그냥 신나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어느 때보다 최혜진의 부활이 반갑다. 최혜진은 2021년 LPGA 투어로 옮기기 전까지 그야말로 지존이었다.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에서 2승이나 거두며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2021년까지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10차례 우승을 기록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년 연속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최혜진의 우승 스토리는 여기서 멈췄다. 2021년 말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상위권으로 통과해 지난해부터 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신인상 수상도 실패했다.

그래도 꾸준함은 증명했다. 신인 신분으로 지난해 LPGA 투어 상금랭킹 6위에 올랐고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3위, 위민스 PGA챔피언십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승은 늘 간절했다. 3년에 가까운 '무승'은 최혜진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올해 스폰서 대회 참가차 오랜만에 한국 팬들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LPGA 투어와 LPGA 투어를 다 합해도 무려 2년7개월 만에 맛보는 우승. 최혜진에게는 부활을 알릴 발판이자 자신감 회복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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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은 어떤 선수보다 우승이 간절했다. 특히 2024 파리올림픽까지 1년이 남은 상황. 극적인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스폰서 회사인 롯데가 주최하는 대회. 이보다 더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할 순간은 없었다.

일단 스윙 교정과 체력훈련 등 할 일이 많았다. 최혜진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스윙코치인 이경훈을 찾았다. 핵심은 드라이버샷. 최근 드라이버샷이 제대로 맞지 않아 고생했다. 약간 공의 위쪽을 치는 '토핑' 현상이 나오면서 비거리도 5~10야드가량 줄었다. '드라이버샷 5~10야드'. 프로골퍼들에게는 코스 공략 자체가 달라지는 예민한 거리다. 5~10야드 거리가 줄면 벙커와 러프 등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매 라운드 1~3타씩 손해를 보는 바람에 최혜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일단 급한 김에 지난해까지 쓰던 핑 제품으로 교체했다. 구형이지만 좋은 기억이 많은 모델.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연습을 거듭하자 다시 정확하게 맞기 시작했다. 다음은 스윙. 최혜진은 샷 감각이 가장 좋았던 2019년부터 2년간의 스윙을 찾아보며 공부했고 '리듬'을 고쳐나갔다. 초점을 맞춘 부분은 백스윙이다. 좋은 기억이 있는 스윙과 드라이버로 바꾼 최혜진은 예전의 좋았던 리듬을 되찾았고 잃어버린 '드라이버샷 10야드'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 회복도 한몫했다. 최혜진은 스스로 부담감을 주며 다시 '톱골퍼'가 되기 위해 '너는 최혜진이야'라고 자신에게 외치며 피나는 훈련을 소화했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팀 글로리어스를 매일 찾았다. 팀 글로리어스의 트레이너는 "최혜진이 매일 나와 웨이트트레이닝을 비롯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저녁에는 6㎞ 러닝을 따로 매일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최혜진의 투혼을 깨운 목표가 있다. '올림픽 출전'. 2024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내년 6월 말까지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톱4'에 들어야 한다. 현재 최혜진은 세계 24위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세계 10위 김효주, 세계 12위 전인지에 이어 네 번째. 현재 랭킹을 지켜낸다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안정적인 출전권과 올림픽 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랭킹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최혜진과 가까운 관계자는 "최혜진이 지금 최선을 다해 좋았던 스윙을 되찾고 스스로 더 발전하려는 기반에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이 있다"며 "최혜진은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남달랐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효성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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