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직장인 60%, 퇴근 후에도 ‘까톡까톡’ 업무지시 시달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퇴근 이후 연락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업무를 하지 않으면 카톡을 계속 보내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하라고 압박을 준다. 주말에도 시달리는 것에 지쳐 퇴사하고 싶다.” (직장인 A씨)

“야간 근무 끝나고, 잠을 자야 하는데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에 잠을 자기 힘들었다. 저 같은 경우는 응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단톡방에서 강퇴당했다. 나는 기계가 아니다.” (직장인 B씨)

“원청에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한다. 휴무일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 쉴 수도 없고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직장인 C씨)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에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여전히 퇴근 뒤 업무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5%가 ‘휴일을 포함해 퇴근 이후 직장에서 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업무 연락을 받는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우 자주 받는다’는 응답이 14.5%, ‘가끔 받는다’는 응답이 46.0%였다.

‘휴일을 포함해 퇴근 시간 이후 집이나 카페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엔 2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퇴근 후 업무’를 한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해외에선 2016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엘콤리법’은 50인 이상 기업이 근무시간 이후 노동자들에게 스마트기기를 통해 연락할 ‘조건’을 노사협정을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2021년 1월 유럽집행위원회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한 법률을 제안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월 고용주가 정규 근무시간 외에 직원에게 전화, 문자, e메일로 연락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10인 이상 사업장이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트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2017년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퇴근 후나 공휴일에 SNS로 업무를 지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직원 인권보장’을 선언했다. 경기도와 경기도 공무원노조는 2017년 10월 근무시간 외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흐름에 실효성을 부여할 근로기준법 개정은 아직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도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직장갑질119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선언’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근로기준법에 ‘근로시간 외 사용자 연락 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득이하게’ 근로시간 이후 연락을 통해 업무지시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긴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