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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방 불뿜으며 UFO처럼 움직인다...한국형 사드의 첨단 요격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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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지난달 말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엘샘)’로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해 ‘엘샘’에 사용된 첨단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초 처음으로 공개됐던 엘샘 요격체가 UFO처럼 공중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지상부유’ 시험 영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엘샘은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 ADD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참관한 가운데 약 200㎞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초음속 표적 미사일을 약 50㎞ 고도에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요격은 ‘엘샘’의 직격(直擊) 요격체(KV·Kill Vehicle)가 표적 미사일 탄두와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Hit-to-Kill 방식으로 이뤄졌다. 엘샘은 최대 50~60㎞ 고도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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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대공미사일(L-SAM) 요격체의 지상부유 시험 장면. 요격체의 자유로운 위치 및 방향 전환 능력을 지상에서 시험하는 것으로 높은 고도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필수적인 시험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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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엘샘이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고도 18~50㎞) 상단에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해야 하기 때문에 여느 미사일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기가 없어 일반적인 조종 날개로는 미사일 요격체 방향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로켓 분사구로 끊임 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지상부유’ 시험 영상에서 엘샘 요격체는 소형 로켓엔진 분사구가 수시로 불을 뿜으며 자세를 바꿔가며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상을 보게 되다니 놀랍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요격체의 자세를 바꿔주는 장치를 DACS(Divert & Attitude Control System), 궤도 및 자세제어 장치라 부른다. 최대 요격고도가 500~1500㎞에 달하는 미국 SM-3 미사일은 궤도수정용으로 4개, 자세수정용으로 6개의 로켓 노즐을 사용한다. 자세제어용 로켓이 6개나 되는 이유는 상하좌우 움직임 뿐만 아니라 팽이처럼 뱅글뱅글 도는 방향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는 사드는 DACS로 액체로켓을 사용하지만, SM-3는 무게절감을 위해 고체로켓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 요격고도는 40~150㎞로 우리 엘샘보다 최대 3배 가량 요격고도가 높다. 군 당국은 사드 요격고도에 육박하는 엘샘 개량형도 개발할 계획이다.

고도 상승에 따른 심한 온도변화도 고공 요격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공기가 집중돼 있는 대류권(8~18㎞)에서는 100m씩 고도가 상승할수록 기온은 약 0.65도씩 낮아져 10㎞ 고도에서 기온은 영하 50도 정도가 된다. 여객기를 타고 해외에 갈 때 고도가 9~11㎞로 외부 기온은 영하 50도가 떨어진다. 지표로부터 약 10~50㎞의 구간을 성층권이라 하는데 성층권 아랫부분은 약 영하 50도로 기온이 일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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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 ADD)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실시한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중 L-SAM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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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존층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해 가열되기 때문에 고도가 상승할 수록 기온이 높아져 50㎞ 고도에선 영하 3~0도 정도가 된다. 이번에 엘샘이 요격시험에 성공한 고도다. 성층권 위 중간권에서는 반대로 고도가 상승할수록 기온이 낮아져 약 80㎞ 높이에서는 대기권 중 가장 낮은 온도인 영하 90도가 된다.

엘샘 추진체와 요격체는 이렇게 극심한 온도변화를 겪으며 음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라가야 하고, 요격체의 민감한 적외선 센서 등도 큰 온도변화를 극복해야 한다. 한 소식통은 “50㎞ 이상의 고공 요격은 희박한 공기와 극심한 온도변화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엘샘이 이런 도전요소들을 극복해야 여러 차례 요격에 성공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엘샘 요격 기술이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개발된 고난도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엘샘 개발을 지휘해온 박종승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요격시험 성공 후 기자들에게 “요격해서 맞힌 부분이 표적탄의 추진기관”이라며 “지난 시험발사 때 탄두를 맞히니 파편이 너무 많이 생기길래, 연구원들이 미리 추진기관을 맞출 수 있도록 입력값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어느 부분을 타격할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요격체 센서의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엘샘 시험발사에 3번째로 성공함에 따라 내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엘샘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 요격 미사일망은 국산 천궁2(요격고도 15㎞), 미국제 패트리엇 PAC-3(요격고도 20~40㎞), 엘샘(요격고도 50~60㎞)으로 중첩된 다층 방어망이 구축된다. 최대 요격고도가 150㎞에 달하는 주한미군 사드까지 포함하면 요격망은 더 두터워져 4중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방어체계를 갖게 될 전망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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