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투데이 窓]위기의 시대, 스타트업에 필요한 두 가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UFO칼럼]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기업은 훌륭한 인재와 우수한 기술, 넉넉한 자본, 그리고 시장 상황의 호조 등이 모두 잘 뒷받침되어 사업이 잘 되고 이윤이 창출된다. 하지만 불행한 기업은 인재 및 기술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투자나 영업력이 미흡하는 등 그 원인이 제각기 다르고 사실상 이러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그 난관의 해결책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모든 기업들이 힘들지만 스타트업의 상황은 특히 녹록치 않다.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않은 상태에서 자금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정부정책 지원금과 시중 유동자금이 예전보다 메말라 투자금을 유치해 기술을 개발하기도,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유연성이다. 기존 사업모델이나 아이템에만 집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다. 유사한 경제용어로 피보팅(Pivoting)이 있는데 이는 기업의 미션이나 비전은 유지한 채 변하는 외부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모델이나 전략을 다른 방향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수정,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거리두기가 엄격했던 기간 동안 요식업의 축은 유지한 채 방문고객이 줄어든 환경을 반영해 식당을 배달 전문 주방으로 개조한다던지, 의료산업의 급부상에 따라 데이터 처리 인공지능(AI) 사업분야를 교육분야에서 의료분야로 전환하는 식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끝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며 성장해야하는 기업의 숙명을 비추어 봤을 때 이같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려는 마음가짐과 실천은 경영의 필수요소이다.

둘째는 학습능력이다. 기업의 실패 원인을 주로 연구하는 다트머스 경영대학의 시드니 핑켈스타인 교수는 기업들이 실패하고 망하는 공통적인 주요 원인으로 학습을 게을리하는 점을 꼽았다. 특히 한 때 잠시라도 성공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자신이 잘 안다는 자아도취식 의사결정에 빠지게 되고 이런 태도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의 변화와 무서운 속도로 급부상하는 경쟁자를 무시하기 쉬워 새로운 학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필름카메라 시대가 저물며 기존에 업계 1위였던 코닥은 2012년에 파산보호신청을 했지만, 업계 2위였던 후지필름은 자만하지않고 변화를 읽어 의료나 화장품, 사무용품 등 새로운 시장의 성공요인을 공부했다. 그리고 자신의 핵심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필름 시장이 전성기였을 때보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등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기업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소위 성장곡선을 따라 '유년기-청년기-장년기-쇠퇴기'를 거친다고 여겨져왔지만, 노화하는 유기적 장기가 없는 기업들은 학습을 통해 청년기, 장년기를 늘리거나 심지어 쇠퇴기에도 회춘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컴퓨터(PC)의 부흥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대로 넘어갈 때 쇠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새로운 CEO 사티아 나델라는 모바일과 클라우드와 같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 건강한 학습 문화를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다시 성장하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축하는데 성공해, 현재 IT업계에서 애플과 더불어 글로벌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됐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유연성과 학습능력을 갖춰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하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