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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돌연사 주범' 심근경색, 50% 이상 증상 없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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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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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남성이 아침부터 소화가 안 되고 명치 부위에 불편함이 있어 평소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받아온 의원을 방문하였다. 주치의는 소화제를 처방하고 좋아지지 않으면 내시경검사를 하자고 하였지만, 정기 검사를 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런데 심전도 검사에서 급성 심근경색 소견이 관찰되어 곧바로 상급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여 다행히 3시간 내에 관상동맥 확장 성형술을 받고 회복되었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질환이다.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70% 정도 막히면 협심증이 생기고, 좁아진 부위가 혈전으로 완전히 막히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심근경색이 된다.

우리나라의 심근경색 환자는 2010년 6만6,000여 명에서 2020년에는 12만1,000여 명으로 최근 10년간 2배나 급증하였다.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신체 활동량 감소가 심근경색 급증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근경색은 비만,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령 등 위험 요인이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전형적인 증상인 가슴 부위의 압박감이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곧바로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를 시행하면 확진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에게서 이런 전형적인 흉통이 나타나지 않고 메스꺼움, 소화불량,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현기증만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것이 문제다.

이처럼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거나 심근경색을 의심하기 어려운 경우를 ‘무증상 심근경색’이라고 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의 50% 이상이 무증상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은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신체ㆍ정신적 스트레스가 많거나 갑자기 신체 활동량이 늘어나거나 추울 때 외출하면 발생할 수 있다.

무증상 심근경색은 증상이 있는 심근경색과 마찬가지로 심장으로 신선한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이 없어 심근경색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심장 손상을 막기 위한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게 되어 심부전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거나 흡연,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다소 애매한 증상이 있더라도 무증상 심근경색 가능성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증상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담배를 끊고, 건강한 식사를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만성콩팥병 등이 있다면 잘 관리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심근경색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일보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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