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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몸무게 세 자리까지 갔다가 8kg 감량” ‘294일’ 마음고생 속 기다린 1군 마운드, ‘149km’ 강속구로 건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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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가 294일 만에 드디어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과거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1심 무죄를 받기까지 9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이영하는 마운드 위에서 최고 149km/h 강속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두산은 6월 3일 수원 KT WIZ전에 앞서 이영하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전날 WBC 심야음주 논란으로 말소된 정철원의 빈자리를 채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영하였다.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 선수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실전 감각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바로 1군에 등록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정철원 선수가 빠지면서 우리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첫 등판은 조금 편안한 상황에 올려 부담감 없이 투구하도록 해주려고 한다. 퓨처스리그 등판 때처럼 좋은 공을 던진다면 정철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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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이영하가 6월 3일 1군에 등록돼 294일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사진(수원)=김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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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영하는 “오랜만에 이렇게 야구장에 오니까 팬들도 계시고 기분이 좋다. 팀 동료들은 반겨주는 사람 반, 놀리는 사람 반이다(웃음). (박)치국이가 같이 게임할 사람이 없었는지 가장 좋아하더라. (양)의지 형과도 오랜만에 배터리 호흡을 맞추고 싶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영하는 퓨처스리그에서 한 차례 등판 뒤 곧바로 1군으로 올라왔다. 이영하는 “오랜만에 실전 등판을 했는데 감각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금방 적응할 듯싶다. 오랫동안 쉬었으니까 155km/h는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구속은 안 나오더라(웃음). 그동안 1군 마운드 위에서 고칠 수 없었던 팔각도와 중심 이동 같은 요소를 2군 코치님들과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수정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두산은 현재 선발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사실상 장기 부상 중인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에다 곽빈과 최원준도 각각 허리 통증과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당분간 2~4선발을 빼놓고 버텨야 하는 분위기다.

과거 선발 로테이션 소화 경험이 있는 이영하가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을까. 당장 올 시즌은 ‘선발 이영하’를 보긴 힘들다는 게 이 감독의 시선이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올 시즌에 이영하 선수는 불펜 역할을 맡아야 할 듯싶다. 선발 등판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본다. 투구수를 끌어 올리려면 3~4번은 더 던져야 하는데 그러면 1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나간다. 올 시즌은 중간 셋업맨 역할을 잘 소화해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영하도 당장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자 한다. 이영하는 “나도 올 시즌 선발 등판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불펜에서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고 팀 승리도 많이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내년 시즌 얘기는 너무 먼 얘기다. 당장 주어진 자리에서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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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마운드 위에서 투구하는 이영하. 확연한 체중의 차이가 느껴진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날 이영하는 몰라보게 홀쭉해진 몸으로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영하는 실제로 8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영하는 “원래 3~4kg 정도 빼려고 했는데 8kg 정도 체중이 빠졌다. 후덕해졌을 때는 몸무게가 세 자리 중반까지 갈 뻔했는데 이제 두 자리 중반 정도로 뺐다(웃음). 주변에선 살이 빠지면서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체중 감량 덕분에 몸 상태도 좋아져서 준비가 잘 됐다. 앞으로 야구장에서 성적으로 잘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영하의 1군 복귀전을 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일 경기에서 3대 13까지 벌어진 편안한 상황에서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지난해 8월 13일 잠실 SSG 랜더스전 등판 뒤 294일만의 1군 복귀 등판을 치렀다.

이영하는 첫 타자 배정대와 상대 볼카운트 2B-2S 상황에서 5구째 135km/h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시작부터 탈삼진을 기록한 이영하는 안치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강현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장준원을 1루 땅볼로 유도하면서 복귀전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이영하는 속구 최고 구속 149km/h(구단 측정 기준)를 찍었다. 여전히 위력적인 속구와 슬라이더 구위를 보여준 만큼 이영하가 당분간 정철원의 공백을 메우기 바라는 이승엽 감독의 바람이 더 현실로 가까워진 분위기다. 과연 이영하가 6월 들어 혼돈에 빠진 두산 마운드를 구원할 영웅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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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의혹 관련 재판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영하가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1군 무대로 복귀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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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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