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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데이 머니카페] 금융수장들의 '소 잃고 주가조작과 전쟁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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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인 4대 시장감시기관장 "주가조작 무관용"

尹대통령까지 언급한 이복현···"거취 걸고 전쟁"

김주현 "통렬히 반성", 손병두 "외양간 고치겠다"

키움證 임원 지인은 폭락 전 대량매도 정황 적발

'정보 몰랐다'는 김익래 전 회장 주장 영향 관심

당국 CFD 돈줄 옥죄···금감원 '특별단속반'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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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과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 기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뒷북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 감시·감독 기관장들이 유례 없이 한 자리에 모여 반성과 다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요. ‘자본시장은 세력들과 대주주의 돈놀이판’이라는 인식이 한 번 각인된 이상 시장 불신을 단번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 당국이 이번 사태로 요즘 얼마나 다급히 움직이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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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까지 언급한 이복현…"거취 걸고 주가조작과 전쟁"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최근의 주가조작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점을 두고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했습니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서울남부지검 등 주가조작을 감시·처벌하는 4대 기관장이 한 데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간 엄벌 기조와 각종 보완책 마련 계획을 수 차례 공표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며 전례 없는 행사까지 마련한 셈입니다.

특히 이 원장의 발언이 가장 강경했는데요. 이 원장은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선제적으로 적발·처벌하지 못한 점을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검찰과 금융 당국이 시장 교란 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모였다. 임명권자(윤석열 대통령)도 정책 대응을 강조한 만큼 거취를 건다는 책임감으로 올 한 해 전쟁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원장이 “거취를 걸겠다”는 독한 발언까지 내뱉은 건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됐습니다. 이 원장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피해자들을 위해 금융 당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지원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유일한 장관급 참석자였던 김 위원장도 “주가조작 세력들이 장기간에 대범하게 시장을 교란했다는 것은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 매우 뼈아픈 일”이라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주가조작 대응을 ‘마약과의 전쟁’에 빗대면서 “불법적으로 열려 있는 공급 채널을 잡아두지 않고서는 전세사기, 주가조작, 가상자산 논란 등을 제도권 내에서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금융위가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완화한 게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한 이유 하나 때문에 사태가 일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범죄를 통해서 얻은 수익은 가져갈 수 없고 엄청난 위험 부담까지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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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감시 4대 기관장 “주가조작 혐의 계좌 동결·무관용 처벌”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 당국의 감시망 체계를 개선할 뜻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 한 해는 금융위와 금감원 조사 부서가 한 몸처럼 움직일 것”이라며 “분기별로 운영하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도 다음 주부터 월 2~3회 비상 회의체로 전환하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가조작 범죄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도 이번 기회에 시장 감시 시스템을 전면 혁신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와 과징금 2배, 자진신고자 감면 등을 1단계, 최대 10년 자본시장 거래 금지와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을 2단계 제도적 장치로 소개한 뒤 “3단계로 ‘주가조작 혐의 계좌 동결 조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손 이사장은 “이번 사태처럼 날로 교묘해지는 신종 주가조작에 적시 대응하기가 참 어렵다”며 “지금부터라도 부서진 외양간을 서둘러 고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 당국의 대응을 스스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빗댄 셈인데요. 손 이사장은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 재정비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 대응 능력 향상 △CFD 매매 주문 시 증권사가 아닌 실제 거래 주체 표기 △제보 시스템 적극 활용 등을 개선 과제로 거론했습니다.

양 지검장은 “금융 당국과 검찰이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금융·증권 범죄 대응 시스템을 확립하겠다”며 “불공정거래에 상응하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환수해 범죄자들이 더 이상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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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몰랐다는데···"키움증권(039490) 임원 지인, 폭락 전 대량매도"



4대 기관장이 단합한 이튿날인 24일. 검찰은 곧장 KB증권과 키움증권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후 25일에는 금감원이 그간의 조사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이날 ‘증권사 CFD 관련 검사 진행 상황’ 자료를 내고 5월 3일 키움증권 검사에 착수한 이래 교보·하나증권 등 다른 CFD 취급 증권사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해당 검사를 당초 5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었다가 충실한 검사를 위해 기간을 이달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조사 결과 증권사의 CFD 관련 불법 행위 의심 사례가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라는데요. CFD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입니다. 증거금을 40%만 납부해도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할 수 있어 신용 융자 거래와 유사한데요.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상품입니다.

금감원은 특히 SG증권발 사태 때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한 매매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키움증권 임원과 관련된 인사가 주가 급락일 이전에 일부 종목을 대량 매도한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폭락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한가 사태 직전 주식을 대량매매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몰랐던 정보를 해당 임원은 혹시 알았던 걸까요. 김 전 회장은 최근까지 키움증권 등기이사을 맡은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이 건의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자료를 넘긴 상태입니다.

증권사의 CFD 거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금감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030610)의 한 CFD 담당 임원은 거래 상대방인 외국 증권사에 마케팅 대금을 국내 CFD 매매 시스템 개발 업체로 송금하도록 했다는데요. 이 대금은 원래 교보증권이 받아야 할 돈이어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정황이라고 합니다. 이 임원은 공교롭게도 하한가 사태 직후, 금감원 조사 직전인 5월 초 퇴사했다고 하고요. 그러고 보면 증권가에는 우연의 일치가 참 많습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일부 증권사가 비대면 CFD 계좌를 개설할 때 본인 확인 절차를 생략한 부분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투자자에게 교부하는 핵심 설명서에 투자 위험을 실제보다 축소해 안내한 사례도 일부 파악했습니다. 투자 광고에서 CFD 상품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경우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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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CFD 돈줄 막아 사실상 퇴출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는 CFD의 자금줄을 조이고 나서면서 사실상의 퇴출을 시사했습니다. 29일 금융위는 금감원·거래소·금융투자협회와 함께 ‘CFD 규제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며 CFD 거래액을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 100%)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신용 융자에만 증권사들의 대출 한도를 적용했는데요. 이 한도를 CFD까지 함께 쓰라고 한 셈입니다. 나아가 저유동성 종목 등에 대한 CFD 취급 제한 조치도 모범 규준을 통해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CFD 등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투자 요건도 대폭 강화합니다. 비대면으로 이뤄졌던 개인 전문투자자 신청은 대면 확인으로 바뀌고요. 증권사는 앞으로 2년마다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충족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투자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행위도 전면 금지됩니다.

투자 자격도 개인 전문투자자 가운데 주식, 파생상품, 고난도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기로 했습니다.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액이 3억 원을 넘었던 사람만 대상이 됩니다.

당국은 CFD 실제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인데도 주문을 내는 증권사에 따라 기관이나 외국인으로 투자자 정보가 바뀌어 집계되는 점도 바로잡기로 했습니다. 강화된 CFD 규제안은 8월부터 도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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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주가조작 특별단속반 운영···당국·檢, 합동 비상회의체도 발동



금감원은 조사 인력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0일 조사 3개 부서의 인력을 현 70명에서 95명으로 충원하고 특별조사팀·정보수집전담반·디지털조사대응반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특별조사팀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 등이 우려되는 중대 불공정거래 사건 발생 시 총력 대응을 하는 조직이랍니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운영하면서 7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주식 리딩방 관련 ‘집중신고기간’도 두기로 했습니다. 이 조직은 투자설명회 현장을 단속하고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일제·암행 점검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추출한 후 즉시 조사에 착수합니다. 디지털조사대응반은 가상자산·토큰증권(STO) 등 신종 디지털자산에 대한 조사 기법을 검토합니다.

금감원은 또 기획조사·자본시장조사·특별조사국 체제를 조사1·2·3국 체제로 전환해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부서끼리 업무 경쟁을 펼치게 한다고 알렸습니다. 조사전담인력도 현 45명에서 69명으로 증원키로 했고요.

금감원은 이뿐만 아니라 불법 공매도, 사모 전환사채(CB), 이상 과열 업종에 대한 불공정거래 기획조사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상장사 대주주 등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주식 대량 처분, 지속적인 주가 상승 종목 등에 대한 기획 조사도 발굴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수리 사건 건수는 2019년 127건, 2020년 165건, 2021년 180건, 2022년 232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서울남부지검은 이달 1일 비상 조사·심리기관협의회 1차 회의도 개최했는데요. 약 3개월 간 매달 2∼3회씩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전반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금융위 등 관계기관은 이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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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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