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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철로 피바다, 병원 복도까지 시신 즐비…아비규환 인도 열차 참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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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각) 인도 동부 오디샤주(州) 발라소레 지역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 열차 한 대의 객실 일부가 탈선하면서 인접한 선로의 다른 여객 열차와 충돌했고, 정차해있던 다른 화물열차까지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280여명이 숨지고 90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를 두고 “지난 20년 간 인도에서 벌어진 열차 사고 중 최악의 사고”라고 했고, CNN도 “인도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철도 참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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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일어난 열차 추돌사고 현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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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현장 사진을 보면 열차 객차 여러 대가 구겨지듯 뒤틀려 쓰러져 있다. 일부 객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다. 승객들이 이리저리 뒤엉키면서 쓰러졌고, 다수는 객차 내에 갇혔다. 또 충돌 당시 충격으로 일부 승객들이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객차 아래에 깔려 숨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 구조 및 사망자 시신 수습 작업이 한창이지만, 현장은 여전히 아비규환이다. 승객들의 짐가방과 신발, 소지품들이 현장 주변으로 이리저리 널려있다. 기차 잔해 옆에는 흰색 시트로 덮인 수십 구의 시신이 쌓였다. 구급차는 물론 부상자의 병원 이송을 돕기 위해 나선 지역 주민들의 승용차, 트랙터가 선로 주변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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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일어난 열차 사고현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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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현장 상황은 사고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사고 당시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로 가는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에 탑승했던 생존 승객 아누바브 다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과장하지 않고, 저는 200명 이상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며 참상을 전했다.

다스는 “가족단위 승객들이 (객차에 깔려) 짓뭉개졌고, 팔다리가 잘린 시신들이 널려있었다. 기찻길은 피바다가 됐다”며 “절대 잊지 못할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다치지 않고 빠져나왔다”며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생존 승객 반다나 카레다는 AP통신에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갑자기 열차가 기울어졌고, 나는 그대로 균형을 잃었다”며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서로의 위로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제 정신이 멈춘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승객 A씨는 “자다가 충격이 느껴져 잠에서 깼다”며 “팔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에 심한 부상을 입은 다른 승객들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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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이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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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생존자 루팜 바네르지는 “지역 주민들은 우리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왔다”며 “주민들은 승객들을 열차에서 끌어내 구조했다 사람들의 짐을 찾아주기도 했고 마실 물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지역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아쇼크 사말은 힌두스탄 타임스에 “귀가 먹먹해질 만큼 큰 소리가 들렸다”며 “즉시 선로 쪽으로 달려갔더니 망가진 열차들이 겹쳐 넘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엔 온통 피가 흘렀고, 비명소리가 이어졌다”며 “열차 아래에 여러 구의 시신이 있었고, 객차 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도와달라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 중에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던 이들도 있었다. 라빈드라 샤우(53)는 아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내 아들을 찾도록 도와달라”라며 “(아들이 사망했다면) 적어도 시신이라도 찾게 도와달라”고 울부짖었다.

셰이크 자키르 후세인(35)은 형과 조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듣고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며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수소문 했지만 두 사람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사고 현장에는 시체 더미가 쌓여 있었다. 100여 구의 시신을 확인했으나 형이나 조카의 시신은 없었다”고 했다.

토톤 셰크도 조카를 찾기 위해 사고 현장에 달려온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시체 더미가 쌓인 지옥과도 같았다”며 “계속 조카를 찾고 있다.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살아서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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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사고로 부상한 승객들이 3일(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리샤주 발라소르 지역의 한 병원에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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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인근 병원은 사망자와 부상자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의사는 “많은 사람들이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일부는 팔다리를 잃었다”며 “내가 맡은 부상자들 가운데 20여명이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어 “병원은 부상자들로 넘쳐난다.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시신과 환자들이 복도 바닥에까지 놓여있다”며 “의사들은 한 환자에서 다른 환자로 옮겨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당국은 구조대원 등 1200여명의 인력과 지원 차량 200여대를 동원해 구조 및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연방 철도부 장관과 협의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에게 가능한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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