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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8년째 3058명···의대 정원 확대할 때 병든 시스템에도 ‘처방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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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020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출입구 앞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두고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1인 시위가 진행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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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의대 정원 3058명. 의사들은 인구 감소로 인한 공급 과잉을 우려하지만, 통계 수치로도 의사는 모자란다. 정원만 늘린다고 해결될 것은 없다. 지역의료 공백에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필수진료 기피는 왜곡된 건강보험 진료비와 대학병원이 전문의를 덜 뽑고 전공의를 굴리는 꼼수부터 뜯어고쳐야 실마리가 풀린다.


[주간경향] 18년째 그대로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3058명으로 동결 상태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의사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의대 정원은 조금씩 줄어 2006년 3058명이 됐고,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 등을 골자로 연 400명씩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중 3000명은 지역의사로 배출해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난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의사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 파업을 불사하는 등 강력 대응으로 막아섰다. 정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다시 협의하기로 합의하고 물러섰다.

의사 수 부족한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9일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에서 의사 정원 확대 등을 의료계와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조만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닌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의료접근성이 높은 만큼 의사 정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의료접근성이 높다는 의협의 주장과 배치된다. 지난해 8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건물에서 추락한 중학생이 2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다니다가 심정지로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인 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길병원은 지난 1월 입원진료를 다시 재개했다)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소아과 전공의 충원율은 16.6%에 불과했다.

필수과 의사 부족, 지방 의료시스템 붕괴, 소아과 대란 등 지역·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심각해지면서 여론도 의대 정원 확대로 의견이 기울어지고 있다. 지난 4월 5일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인력 현황과 확충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도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4%가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6.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로 이야기되는 응급·외상·심혈관·소아과·산부인과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국민이 다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를 아예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로 나타나는 절대적인 수치도 의사 수 부족을 가리킨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OECD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OECD 보건 통계 2022’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또 의학계열(한의학 포함·치의학 제외)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일본(6.9명) 이스라엘(6.9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지난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5516명, 2035년에는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됐다. 특히 의협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고령화 등의 이유로 의사 수요는 더 늘어나리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역설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직역 간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간호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사실상 폐기되면서 간호협회는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불법임에도 관례적으로 의사의 업무를 일부 대신해오던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대리 의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국적으로 1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PA간호사의 존재는 의사 수가 부족한 대형병원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아직 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방식 및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 입시부터 500명 정도 늘리는 방안과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한 351명을 증원하는 방안 등을 예상한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필수과 의사 부족, 지역 의료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및 지역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임준 교수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여러 정책을 결합해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고,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틀린 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만이 아니라 산적한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패키지를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붕괴된 지역의료 시스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의 수도권·비수도권, 도·농 간 격차는 컸다. 2022년 7월 기준 서울(3.45명), 대전(2.63명), 대구(2.62명) 순이었고, 가장 낮은 세종은 1.31명으로 서울과 2.6배 차이가 났다. 이어 충남(1.54명), 경북(1.39명) 수준으로 낮았다. 비수도권 환자의 경우 적시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사망하는 비율이 수도권보다 높게 나타났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기준 뇌혈관질환 사망비는 강원·영월권이 2.04로 서울 동남권의 0.84보다 2.4배 높게 나타났다. 응급 사망비 또한 서울 동남권이 0.85인 데 비해 강원·영월권은 2.09로 2.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비는 실제 사망자 수를 예상 사망자 수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클수록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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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앞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최근 진료가능한 의료진이 없어 구급차에서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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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지역의 의료공백 문제를 수가 인상, 근무환경 개선 등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 인상 같은 재정적 지원책은 더는 유인책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몇 지방의료원에서는 전국 의사 평균연봉인 2억3000만원보다 높은 3억~4억원을 연봉으로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정책수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필요한 필수의료를 제공받는 체계 구축을 목표로 내세우고, 그 방안으로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위별 수가에 기반을 둬서 가산율을 올려주는 공공정책수가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분만 인프라 구축을 위해 분만취약지 분만 수가 인상과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정책 결과 광역시 이상의 산부인과는 어느 정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광역시가 아닌 도에 있는 산부인과는 분만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행위에 기반을 둔 수가를 가산하는 정책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대도시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정작 필수의료가 부족한 지역의 작은 중소도시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쏠림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4월에 발표된 논문 ‘분만 수가 인상만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있을까?’(안태규·황종윤)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정책수가 제도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분만 진료 분야의 가산 수가 제도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가산 수가 제도는 특별시 및 광역시 이외 지역에 분만 수가의 200%를 추가 지급하는 파격적인 차등지원 제도이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해당 제도가 지방의 분만 병원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수가 인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정부가 직접 의료취약지에 의료인력을 양성해 공급하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되다가 의협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선발전형’을 통해 지역 내 학생을 선발하고 이들이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10년간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공공의대’는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해 마찬가지로 지역의료에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협은 수가를 올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라고 하지만, 지방의료원에서 연봉을 높게 불러도 의사들이 가지를 않는다. 수가 인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의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으로 자원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대 신설은 의대 간 격차를 심화하고 부실 의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나백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교육이 개별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임상 교육이나 분과 교육도 당연히 해야 한다. 공공의대의 역할, 비전, 교육, 커리큘럼 등을 지역 공공의료에 초점을 맞춰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의사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진료 기피


2022년 전공의 충원율은 소아청소년과 28.1%, 흉부외과 47.9%, 외과 76.1%, 산부인과 80.0%로 정원 미달됐다. 반면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개원 시 수입이 높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소위 인기과에 대한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흔히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기피 과목’이라고 부른다. 환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목이지만, 업무 강도가 높고 건강보험 수가는 낮아 의사가 부족해진 과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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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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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필수진료 기피의 원인을 3가지를 꼽았다. 첫째, 개원을 유도하는 왜곡된 건강보험의 진료비 보상방식과 만연한 비급여 항목 진료다. 김윤 교수는 “큰 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에 비해 동네 개원의 수입이 1.7배나 더 많다. 흉부외과 전문의의 30~40%가 개원해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보고 있고, 정작 큰 병원에는 전문의가 부족해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필수의료를 수행해야 할 371명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동네의원으로 개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자기의 전문 과목을 걸고 자기 분야의 환자를 보는 전문의는 67명(19.1%)에 불과했다. 81.9%인 304명은 전공과 다른 진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병원이 전문의를 너무 적게 고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병원으로 하여금 부족한 전문의를 추가로 고용하도록 하는 인력 기준을 만들지 않다 보니 수가를 올려도 전공의 지원율은 높아지지 않았고, 전문의도 늘지 않았다. 김윤 교수는 “외국에는 환자를 보는 인력 기준이 있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 등의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은 24시간 365일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인력을 최소한 5명 이상 뽑는다”라며 “국내에선 이에 대한 규제가 없다 보니 모든 병원이 인력을 적게 뽑는다”라고 말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대학병원이 전문의를 뽑지 않고 전공의라는 값싼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는 행태를 지적했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진료와 연구와 교육을 교수 1명이 모두 담당한다. 병원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료라면 교수들을 추가로 더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외국은 교수가 진료 교수, 연구 교수로 나뉜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교수 한 명에게 진료·교육·연구를 모두 잘 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각각의 교수들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셋째, 큰 병원, 작은 병원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아 병원들이 무한경쟁하는 의료체계다. 김윤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1시간 이내 골든타임에 진료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 숫자를 산정했더니 전국에 70개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진료하는 ‘스텐트 시술’ 가능 병원이 현재 전국에 180개나 있지만, 의사 수가 분산돼 있어 응급 대처는 한계가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해 응급환자가 와도 의사가 없다고 돌려보내게 된다. 응급실 뺑뺑이가 생기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의사 수 부족과 맞물려 병상 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 수가 2020년 기준 3.56인데 한국은 7.22로 병상 증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OECD 국가들이 병상을 감축해온 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병상을 늘리고 있다. 병상 증가는 인력을 빨아들여 지역·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가속화한다. 임준 교수는 “의료는 병상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쓸모 있는 병상이 중요하다.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와 여기에 연결된 수술장, 중환자실 등이 중요하다”며 “병원은 많은데 막상 위중한 환자가 입원할 병원은 없다. 큰 병원에는 의사가 부족하고, 개인병원이나 조그마한 병원으로 의사가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병상 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병원의 외래환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 교수는 “큰 병원에 안 와도 되는 경증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보게 되면 입원이나 중환자 수술장에 투여될 인력이 부족해진다”라며 “큰 병원이 1차 의료 기관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1차 의료를 강화하고 큰 병원은 입원 환자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전체적으로 건강보험의 진료비도 상당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종합적인 공급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의 단순 확대를 넘어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종합적인 인력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준 교수는 “이 이야기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문제들이다.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데 단편적으로 정원 증원만 갖고 의협을 상대하고 있으니 과연 이런 방식으로 고령화 등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에 공급과 관련된 정책이 없다. 민간에 맡겨놓으니 병원은 병원의 이익을 추구하고, 의사들은 의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무질서한 공급 체계가 만들어졌다”며 “정부가 의사와 병원에 끌려다니는 정책을 해왔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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