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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세대 유니콘](16) ‘7500만 다운로드’ 알람앱 만든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 “수면 전부터 기상 후까지 책임지는 ‘웰니스앱’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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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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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의 본질은 사람들을 잘 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 10년 동안 이 기능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단순히 이게 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일찍 일어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아침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알라미(Alarmy)’ 앱을 단순한 알람 도구가 아닌, 일찍 일어나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꿔준 웰니스(건강) 앱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토종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알라미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알람 앱이다. 알라미의 특징은 알람을 해제하려면 휴대폰을 여러번 흔들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기억력 게임 등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세계 170개국에 출시됐으며 전 세계에서 누적 다운로드 75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수 450만명을 기록했다. 한국 앱스토어에서만 앱 리뷰가 7만개를 넘는다.

딜라이트룸은 알라미 앱 하나로 지난해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 60억원, 영업이익 32억원에서 급성장을 한 것이다. 딜라이트룸의 매출은 앱 내 결제와 광고 수익으로 이뤄진다. 작년 광고 수익은 약 1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알라미 앱은 현재 무료 앱인데 스쿼트나 걷기, 부호 맞추기 등 추가 미션을 이용하고 싶다면 앱 내 유료 결제를 하면 된다. 딜라이트룸은 10년 동안 한 번도 적자가 난 적이 없고, 투자를 받은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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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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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딜라이트룸 사무실에서 신재명(35)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알라미는 신 대표가 대학생이었던 2012년 혼자서 만든 앱이다. 신 대표는 당시 지식경제부가 진행했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알라미를 만들었는데, 100명의 학생 중 최종 10인에 들었고 이 앱으로 장관상을 받았다.

신 대표는 “처음에는 앱스토어에 유료 앱으로 올렸는데 매출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2013년 딜라이트룸 법인을 세우고 2014년에는 마케팅 캠페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라미 앱을 하루 동안만 무료 앱으로 전환했는데 그날 다운로드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60개국에서 1위를 했다”며 “같이 회사를 만들어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인 5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알람 앱을 만들기 전 스마트폰 알람을 맞춰둔 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두고 침실로 돌아와서 잔 적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잠을 깨기 위해 몸을 직접 움직여 알람을 끄는 방식을 이용해본 것이다. 이 같은 스스로의 경험에 착안해 알라미 앱을 개발했다. 그는 “알라미 개발 당시 기존 알람 앱들은 사람을 확실히 일어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라며 “정해진 시간에 소리를 울려서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들 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잘 깨워야 한다는 본질을 지킬 수 있는 앱을 만들면 사람들이 앱을 내려받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잘 깨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잘 일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람 기능에 꾸준히 추가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간단히 퀴즈를 푸는 기능만 있었는데 지금은 무료 버전에서도 수학문제 풀기, 기억력 게임, 흔들기 등을 통해 사람들을 깨운다.

월 6900원 또는 연간 5만8000원의 앱 내 유료결제를 하면 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스쿼트, 문장 따라쓰기, 걷기, 사진찍기, QR코드 스캔하기 등의 미션이 있다. 스쿼트를 몇 개 할 것인지, 얼마나 걸을 것인지, 스마트폰을 몇 번 흔들 것인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수학 문제도 난이도와 문제 개수를 정할 수 있고, 사진이나 QR코드는 특정한 것을 정해둔 뒤 매일 똑같이 촬영하는 방식이다. 알람 소리를 점점 더 크게 하는 기능도 유료 결제를 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여러가지 기능들을 통해 사람들이 몸을 직접 움직여 잠을 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 대표는 “본질에 집중해 소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었더니 팬덤이 생겼고, 그 다음부터는 확장하는 게 쉬웠다”고 했다. 또 “알라미를 따라하는 앱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기능을 덧붙이기만 했던 다른 앱들과는 달리 사람들을 잘 깨우는 기능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사용자들이 (경쟁 서비스들과)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딜라이트룸은 지난 2021년 수면 전문 브랜드 ‘삼분의일’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신 대표는 “알라미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침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것”이라며 “잘 일어나려면 잘 자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잘 자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면 전 단계부터 기상 이후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작년에 알라미 앱에 수면 섹션을 추가해 잠이 잘 오도록 돕는 음악, 명상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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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미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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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ICT 융합학부 고민삼 교수와 연구도 진행했다. 딜라이트룸과 고 교수는 작년 10월 ‘기상 과업을 통한 아침 행동 변화’를 주제로 논문을 냈는데, 알람을 끄기 위해 수행하는 수학 문제 풀기, 정해진 물건 사진찍기 등 간단한 과제가 잠을 실제로 더 잘 깨워주며, 그 다음 과제인 스쿼트 운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논문은 의료정보학·헬스케어 분야 국제 학술지인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신 대표는 “딜라이트룸이 개발하고 있는 기능들로 사람들이 정말로 잘 깨는지 검증해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10년도 계속해서 알람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실을 다지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능력 이상으로 지나친 투자를 받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앱을 잘 만들면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앱 개발하는데 자금이 부족하지 않아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투자나 상장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그 때는 고려해볼 것”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알라미 앱 사용자가 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을 바꾸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회사의 문화에 잘 녹아들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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