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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도둑 들면 가게 탓이냐”…美서 현대차·기아 상대 절도소송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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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인 “범인에게 분노 표출해야” 기고글

조선일보

롭 본타 미국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현대차·기아 차량 도난 피해 급증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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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잇따른 차량 도난사건으로 집단 소송을 당한 것과 관련 미국 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CBS 기자 출신인 버나드 골드버그는 2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두 한국 자동차 회사인 기아와 현대가 자동차를 너무 쉽게 훔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되었다”며 “민주당이 운영하는 진보적인 도시들은 반(反)범죄자 정책으로 가혹하게 보일 수 있는, 자동차 도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보다 자동차 회사에 강하게 대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버나드는 시애틀, 뉴욕, 볼티모어 등 소송을 제기한 도시들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차량 절도는 공공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유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소송에 따르면 ‘차량 소유자가 자신의 차량을 훔치려는 사람을 막으려 할 수 있기 때문에 폭력도 증가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훔치기 쉬운 자동차를 만든 자동차 회사를 비난할 수 있는데 왜 자동차를 훔친 범죄자를 비난하느냐’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농담으로 여겨졌을 것인데 이제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라고 했다.

버나드는 “진보적인 도시들은 약탈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선반에 물건을 진열한 약국 체인을 고소할 것이냐”며 “약탈 행위는 약탈자의 잘못이냐, 아니면 약탈하기 쉽게 만든 약국 운영자의 잘못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미국인들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고, 단 쿠키와 케이크를 만드는 회사를 고소해야 하느냐?”며 현대차 등을 고소한 일부 도시의 논리대로면 간식이 맛이 없다면 미국에 비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가능하다고 했다.

버나드는 “집에 침입해 TV, 보석, 소파 및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훔치는 도둑은 어떻나?”라며 “현관문의 자물쇠가 너무 쉽게 뚫린 것이 정말로 그들의 잘못인가? 진짜 범인에게 분노를 표출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쿠키와 케이크를 먹는 것을 거부할 수 없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에 물건을 훔쳤다면 내게 알려달라”며 “집단 소송을 통해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한편 지난 18일(현지 시각)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도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 등을 현금으로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보상에 드는 금액은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현대차·기아가 절도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해 6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근거지를 둔 10대 차량 절도단이 기아차를 훔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다. 이후 모방 범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10대들은 범죄 장면을 틱톡, 유튜브 등 SNS에 생중계하면서 훔친 차를 경쟁적으로 자랑했다.

현대차·기아 차량 중에서도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들이 타깃이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혀야만 시동이 걸린다. 이모빌라이저는 미국에서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조사가 보안 강화를 위해 장착하는 추세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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