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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청래 “혁신 대상이 혁신 떠들어”…비명계 공개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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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당 혁신에 의원이 빠지라니”

“상임위장 겸직 막혀 화풀이” 비판도


한겨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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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재명계 강경파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의원은 혁신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라며 당내 혁신기구 구성을 놓고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비이재명계를 도발했다. 비명계가 혁신기구에 전권을 내줘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자 노골적인 공개 저격에 나선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의 주체는 당의 주인인 당원”이라며 “모든 혁신 논쟁과 기구 구성에서 국회의원을 배제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의 출발은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대의원제 폐지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혁신의 대상들이 혁신, 혁신 떠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혁신을 압박해온 비명계 의원들을 ‘혁신 대상’으로 규정한 셈이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비명계를 향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의혹’ 이후 지도부가 약속한 혁신기구 구성이 보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가운데,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위에 전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밝히며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1일엔 조응천 의원이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5년도에 김상곤 혁신위에는 전권을 줬고, 당헌당규 개정 권한까지 줬다”며 “그게 담보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이고 손 안 대고 코 풀기”라고 말했다.

친명계에선 이 ‘전권’에 이 대표의 거취 결정이 포함됐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의 전권을 어떻게 (혁신기구에) 넘기나. 그런 혁신은 있을 수 없다. (이 대표 등 지도부는)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혁신안이 만들어지면 적극 수용한다는 것인데 이를 왜곡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4월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당내에선 ‘비명계 의원들의 말문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터였다. 의원총회가 열릴 때마다 거침없이 지도부를 비판하며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기구의 권한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맞서는 가운데 나온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계파 갈등을 더욱 번지게 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중진 의원은 “정당 역사상 의원들한테 당 혁신에서 빠지라고 하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권력을 가진 이가 먼저 살신성인해야 나머지도 따른다. 대선 패배 뒤 바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꿰찬 이부터 당대표를 사퇴해야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반면 친명계 의원은 “자기희생 없는 당대표 흔들기는 결국 공천 때문”이라며 “당이 환골탈태하려면 현역 의원들이 본인의 자리를 내려놓고 혁신적인 인재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동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선 이날 정 최고위원 발언이 ‘당 혁신을 구실 삼아, 국회 상임위원장 겸직이 가로막힌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는데, 이번엔 행정안전위원장직을 맡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안에서 “최고위원, 장관 등 요직을 맡은 이들이 상임위원장까지 맡는 건 관례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크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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