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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영어 못해. 딱 중3 수준” 정유정, 콤플렉스 때문 ‘인기 과외교사’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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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공무원 필기시험 앞두고 좋지 않은 영어 실력에 대한 콤플렉스로 범행 대상 특정 가능성

세계일보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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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평소 ‘영어 콤플렉스’가 있었고, 이 때문에 범행 대상으로 ‘인기 영어 과외강사’가 지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딱 중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2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하다”라며 이렇게 진술했다.

전날 MBC뉴스에 따르면 정씨와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는 “다음달 10일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다. (손녀 정유정은)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5년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못한 정씨는 내달 영어 과목이 포함된 공무원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영어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경찰은 평소 범죄소설 등에 심취해 있던 정씨가 범행 타깃으로 ‘영어 과외교사’를 선택한 이유가 ‘영어 콤플렉스’ 때문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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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정씨는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20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영어 과외 시범수업’을 받겠다며 부산 금정구 소재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이때 정씨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 행세까지 했다.

범행 직후 정씨는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대형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씨 거주지로 돌아가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일부는 가방에 보관했다.

범행 사흘 뒤인 27일 오전 0시50분쯤 정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시신 일부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택시에 싣고 평소 산책하러 자주 가던 경남 양산의 낙동강 변 풀숲에 버렸다.

당시 정씨를 태운 택시기사가 새벽에 여성 혼자 혈흔 묻은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그는 범행 3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 ‘시체없는 살인’ 등과 같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도서관에서 다수의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렸는가 하면,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잔혹범죄를 학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이 사건 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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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유기하기에 앞서 지난달 26일 여행용 가방을 챙겨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KBS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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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범죄 심리 전문가들이 정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KBS가 입수해 공개한 거리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정씨가 A씨의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모습이 찍혔는데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발랄하고 당당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유정의 발걸음을 보면) 죄의식이나 공포심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일지 모른다는 짐작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A씨의 지갑과 신분증 등도 함께 챙겨 나왔다. 이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일 MBC 인터뷰에서 “(정유정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기 영어 과외강사인) 이 여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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