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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스프] 집에 꼭꼭 숨어 괴물 된 정유정…사회는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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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직업 없이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 생활하던 20대가 또래의 명문대생을 살해한 사건. 정유정 사건이 충격파를 몰고 왔는데요, 취업난이나 청년 고립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도 숨어 있습니다. 20대 청년이 괴물처럼 됐는데, 우리 사회는 책임이 없을까요?

입 연 정유정 "제정신 아니었다"



정유정은 검찰로 넘어갔는데요, 경찰을 나가면서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몇 마디의 말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의 의미가 모호한데요, 이 답변 나오기 전 질문은 "살해 후에 여러 차례 집을 오가셨는데 혹시 이유가 있었을까요?",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습니까?"였습니다. 하지만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범행이나 범행 은폐 시도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인지, 질문과 상관없이 범행을 사죄하는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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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피해자를 왜 살해하셨습니까?

▷ 기자: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한 이유가 뭔가요?

▶ 정유정: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 기자: 살인 충동은 혹시 언제부터 느끼신 걸까요?

▷ 기자: 피해자나 유가족께 할 말 없습니까?

▶ 정유정: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기자: 살해 후에 여러 차례 집을 오가셨는데 혹시 이유가 있었을까요?

▷ 기자: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습니까?

▶ 정유정: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기자:혹시 범행 전에도 이런 식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신 적 있었을까요?

▷ 기자: 범행 수법은 어디에서 배웠습니까?

▷ 기자: 오랫동안 구직 활동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앱도 오랫동안 이용하신 건가요?

▷ 기자: 지금 신상 공개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유정: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범행 과정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정유정은 지난달 한 과외 앱에서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또래의 명문대 학생(A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딸의 과외를 부탁한다. 딸을 집으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을 잡은 뒤 중학생인 것처럼 교복까지 사 입고 A 씨의 집에 들어가 살인범으로 돌변했습니다. A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를 낙동강변에 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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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을 태웠던 택시기사가 혈흔이 묻은 가방을 숲 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신고하면서 정유정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유정은 처음에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를 털어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취업 준비



경찰은 정유정이 사회적 유대 관계도 없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집 밖으로 외출하는 일이 드물었고, 집에선 범죄 관련 소설과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봐도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고 합니다.

MBC와 채널A의 이웃 주민 인터뷰를 보면 정유정은 이웃 주민과 마주치는 일이 많지 않았고 마주쳐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집 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조금 내성적인지 한 번 왔다 갔다 하면 (방에) 들어가 버리고‥" (MBC 보도)

"(집에) 손녀가 있는 것은 아는데 대화를 안 하니까 잘 몰라요. 한두 번 봤나. 인사는 제가 볼 땐 잘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채널A 보도)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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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할아버지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시험이다.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다”며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성격인데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였던 셈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도 아니고 모두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절된 채 범죄 세계에 빠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사회와 단절돼서 범죄물에 빠져 지내면서 자신만의 상상으로, 상상 속에서는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유정이 상상을 현실에서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옮긴 결정적 계기'와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된 계기'를 밝혀내는 게 수사기관의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데요,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었습니다. 단카이 세대라는 베이비 부머의 사회진출시기와 취업빙하시기가 겹치면서 '히키코모리'가 큰 사회 문제가 된 거죠. 히키코모리는 인터넷 게임 중독 등의 고립된 생활에 빠지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는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전국 단위의 실태 파악도 안 돼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만 최근 대규모 조사를 내놓았는데요, 서울에 세상과 담쌓고 사는 청년이 13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문제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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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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