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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북스&] 백인 남성이 지배한 경제학, 여성에게 답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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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허스토리(이디스 카이퍼 지음, 서울경제신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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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로빈슨(1903~1983). 마땅히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야 했으나 받지 못한 여성.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원인과 방식을 분석한 여성 경제학자. 단 두 명이다. 경제사상사에서 여성 경제학자에 대한 언급은 1919년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망과 함께 멈춘다. 이후에도 수많은 저명한 여성 경제학자가 있었지만 역사는 그리 알아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앤 로빈슨과 로자 룩셈부르크 만이 자신의 글에서 ‘여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성’ 담론을 배제한 경제학 연구를 통해 학문 현장에서 여성의 경제적 견해, 이해관계 등에 관한 글을 쓴 다른 여성들이 받아야 할 관심을 앗아간다. 덕분에 다른 모든 학문과 역사적 연구가 그렇듯 경제사상사 역시 수많은 학자 중 ‘백인 남성’의 관점에서 채택된 이론이 뼈대를 이루며 수십년 간 같은 구도가 바뀌지 않은 채 유지돼 왔다.

‘이코노믹 허스토리’는 역사를 흔들 실질적인 경제 문제를 제시 하고도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경제사에서 제외된 경제학자를 소개한다. 저자 이디스 카이퍼 교수는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총 102명의 여성 경제 저술가 및 경제학자를 열거한다. 18세기 초 50년 가까이 자신과 가정의 세부사항을 가계부로 기록한 스코틀랜드의 그리셀 베일리, 소녀들의 건전한 교육과 훈련을 강조한 잉글랜드의 매리 아스텔, 프랑스의 안테레즈 마르게나 드 쿠르셀, 마리아 에지워스 등도 저자가 주목한 여성 경제학자다. 성인으로 성장할 소녀들의 교육 개선을 위한 저작 활동을 주도한 새라 트리머, 노예제 폐지에 매진한 흑인 여성 노예 출신의 소저너 트루스도 경제사상사가 꼭 기억해야 할 여성들이다.

저자는 여성과 젠더에 대해 언급한 여성 경제저술가와 여성 경제학자의 수많은 경제 문제, 투쟁의 역사, 경제적 관점 등을 다룬 저작을 소개함으로써 경제학에서 여성이 빠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은 ‘가계관리’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에서 유래한다. 중세 말까지 가정경제는 경제적 사고의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근대에 ‘백인 남성’이 주축이 되는 경제 사조가 화폐, 가격, 시장, 거래 등의 공적경제 요소, ‘이코노미’ 개념을 도입하며 경제에서 분리된다.

18세기 세탁부였던 매리 컬리어의 시 ‘여성의 노동’은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이중 노동의 부담을 지고 있다고 저술한다. 여성이 실제로는 생산, 분배, 소비에서 충분히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저술이다. 남성 중심의 경제학은 여성의 교육, 생산, 분배,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기록하지 않았고,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현재 경제학은 지구 온난화, 전염병, 권위주의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젠더, 인종, 계급 등이 경제와 경제사상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 허스토리’는 차별과 배제로 기울어진 경제학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만 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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