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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결근·이직도 4대 보험도 없어…"월급 300만원 직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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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업 판 바꾸는 로봇 ◆

매일경제

2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빕스 대방점에서 서빙로봇이 바쁜 점심시간에 매장을 돌며 일손을 거들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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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에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인 햄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에는 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이 배치된다. 버거로봇은 1시간에 패티 약 200장을 구울 수 있다. 로봇이 패티 1장을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에 불과하다. 사람이 구울 때 약 2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이 높다. 다운타우너를 운영하는 이준범 GFFG 대표는 "500도가 넘는 불판 앞에서 버거 패티를 굽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 월급을 300만원 이상 준다고 해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매장에는 최근 친절한 직원 2명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장 입구에서 고객이 예약 시 사용한 휴대번호를 입력하면 예약된 테이블로 안내하고, 식사 중간에도 고객이 부르면 곧장 달려왔다. 고객이 4~5개나 되는 빈 접시를 전달하면 한 번에 받아서 퇴식구로 옮겼다. 지치는 기색도 없이 매장을 종횡무진하는 이들의 정체는 사람이 아닌 서빙로봇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외식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주방 조리나 홀 서빙 등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월급 300만원 이상을 줘야 간신히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싼 인건비도 부담이다. 외식업 점주들에게 월평균 30만~50만원이면 구해 쓸 수 있는 서빙로봇은 매우 필요한 보조직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반응이다.

2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비로보틱스에 따르면 외식점에서 서빙로봇 1대를 운영하려면 36개월 기준 월 임차료 32만6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월 임차료를 50만원씩 내면 36개월 후 점주 소유로 추가 비용 없이 서빙로봇을 굴릴 수 있다. 비로보틱스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증한 중고 서빙로봇은 월 20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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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조리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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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은 음식을 제공하고 빈 그릇을 가져오는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손님이 매장에 왔을 때 자리로 안내하거나 생일을 맞이한 손님에게 축하 노래를 부르는 부가 서비스도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는 최근 서울 공덕점에 서빙로봇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메뉴가 준비되면 서빙로봇이 픽업대로 이동해 메뉴를 픽업한 뒤 해당 테이블로 전달한다. 할리스는 하반기부터 서빙로봇을 공식 도입하고 적용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CJ푸드빌은 작년 1월부터 빕스,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 외식 브랜드 30개 매장에 인공지능(AI) 전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데, 매장에 걸려오는 전화 중 약 70%를 AI가 응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천장 레일을 타고 움직이면서 스스로 테이블을 찾아 음식을 내려주는 신개념 천장 레일 이동형 서빙로봇이 등장한다. 국내 로봇 전문업체 택트레이서가 최근 개발한 AI 서빙로봇 '범블비'는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고 AI를 활용해 정해진 테이블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 와이어로 음식 트레이가 담긴 본체를 내려놓는다. 주행 중 사람과 부딪히거나 테이블 위치가 바뀌면 찾아가지 못하는 기존 서빙로봇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빙, 전화 응대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도 점점 늘고 있다. 바른치킨에선 로봇이 프라이드치킨을 만들고, 1인 피자로 유명한 고피자에서는 로봇이 단 3분 만에 피자 6~8개를 한 번에 구워낸다. 바리스타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는 무인 로봇 카페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밥을 1분 만에 말고 잘라내 제공하는 김밥로봇까지 등장했다.

3년 전 빕스 등촌점에 처음 선보인 '면 조리 로봇'도 전국 식당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객이 국수 코너에서 원하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건네면 면 조리 로봇이 뜨거운 물에 국수 재료를 데치고, 다시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부어 요리를 완성한다. 국수 한 그릇을 조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분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뜨거운 기름이나 화덕에서 치킨을 튀기고 피자를 굽는 일은 화상 가능성 등 위험이 큰데, 조리 로봇은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외식업의 모든 일을 로봇이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최대 80%까지 로봇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범진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대표는 "일반적인 외식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인데 로봇을 활용하면 인건비 비중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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