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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분양시장 한파 속 시멘트값 또 올랐다… 속타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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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시멘트 업체인 쌍용 C&E가 7월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이 양측 갈등을 격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향신문

레미콘 차량들이 작업을 멈춘채 서있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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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시멘트 업체 쌍용C&E는 최근 “오는 7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일선 거래처에 내려보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30%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4.1%를 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업계 1위 업체인 쌍용C&E가 가격 인상 카드를 먼저 꺼내 든 만큼, 삼표·한일·아세아 등 다른 시멘트 회사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쌍용C&E는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판매가 인상과 내수 출하량 증가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 증가했으나, 영업손익은 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시멘트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안정화됐지만, 올해 초 ㎾h당 전기료가 9.5%(13.1원)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원가 하락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 쌍용 C&E측 설명이다.

시멘트업계의 2·3차 고객인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주택 사업에서는 건설사들이 레미콘업체와 연단위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철근·콘크리트가 대량으로 필요한 토목사업에선 시멘트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한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하를 해도 모자랄 판에 10%대 추가 인상은 너무 과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업체는 레미콘업체에, 레미콘업체는 건설사에 비용 전가를 할 수 있지만 건설사는 발주처가 공사비 인상에 동의해주지 않는 한 모든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한전이 전기료를 또 올리면 시멘트부터 철근, 레미콘 등 주요 자재들도 줄줄이 인상될 것”이라고 했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시멘트 수급 자체가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상을 받아들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지금은 예전만큼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 (가격 인상 통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전반적인 주택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공사비는 시공사 선정 및 계약 시점에 정해지지만, 설계변경이나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우 건설사는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C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설계나 자재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어느 정도 협의가 가능한 인상폭이었다”며 “최근 2년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사지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파업,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 부담 등 예상치 못한 가격 상승 요인이 한 번에 겹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선 ‘적자공사’만 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라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가 올라가면 사업비가 올라고, 그만큼 금융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분양 일정이 지연되거나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조합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건설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컨테이너 차량으로 입주를 막는 일(서울시 양천구 신월4구역 재건축사업)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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