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우발적’ 버티던 정유정, 긴 침묵 끝 “살인충동” 자백...무슨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2일 송치된 정유정(23)은 경찰과 아버지의 설득 끝에 범행의 전말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20대 여성을 살해한 동기를 밝히지 않고 줄곧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던 정유정은 경찰 체포 뒤 5일 뒤에야 “충동에 따른 계획 살인”이었다고 자백했다.

정유정은 26일 과외 알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게 된 20대 여성 B 씨를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27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정유정은 수사 초기부터 “피해자가 먼저 때리면서 다툼이 빚어졌고 우발적으로 범행이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금정서 강력팀은 정유정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딸이 범죄를 계획한 정황이 여럿 있으니 우발적 범행 주장을 고수하면, 재판 후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정유정의 자백을 유도해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정유정과 서너 차례 만나며 자백의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정유정은 서로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종종 만나며 친밀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 2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전 부산 동래경찰서 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유정은 31일 밤 자백했다. 금정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 서무성 강력2팀장과 배병진 강력1팀장, 정유정, 아버지 등 4명만 둘러앉아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먼저 ‘지금 상태에서 자백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해 경찰은 TV 범죄수사물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유정이 범죄물을 즐겨본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배 팀장이 “저 팀장이 유명 프로그램에 자주 나온 사람”이라고 서 팀장을 가리켰다. 아버지도 “본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서 팀장은 살인사건 해결 등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했다.

이후 서 팀장은 ‘살인’ 등을 검색한 포렌식 수사 결과 등을 언급하며 계획 범죄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서 팀장은 “계속 부인하더라도 언젠가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혐의 부인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은 뒤 후회하지 말고 지금 범행을 털어놓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정유정을 회유했다. 또 그는 “너는 앞으로 겨우 자유가 뺏기게 되겠지만 피해자의 가족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야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너와 아버지였다고 생각하면 어떻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한참 침묵했던 정유정은 “범죄수사물을 보고 충동을 느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자백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유정을 신속하게 체포할 수 있게 도운 택시기사에 포상금과 표창장을 지급할 방침이다. 택시기사는 늦은밤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으로 여성이 캐리어를 갖고 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가 없었다면 시신 유기 후 잠적했을 정유정을 붙잡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경찰은 조만간 포상금지급위원회를 열어 포상금 지급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