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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거래량 하락에 전세사기까지”… 폐업 고민하는 공인중개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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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수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임대료를 내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줄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정모씨는 최근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을 때만 해도 ‘기다리면 회복 되겠지’라는 마음이었지만, 침체기가 오래 가면서 다른 수입을 찾아 나서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정씨는 “이 근방 다른 공인중개사들도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찾는 사람들까지 씨가 말랐다”면서 “게다가 일부 중개사들이 전세 사기에 연루되면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고 토로했다.

조선비즈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 소재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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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휴·폐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거래량이 하락한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신뢰도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국 공인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 건수는 5321건으로, 개업을 한 사무소(4969곳)보다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업 사무소는 6387곳으로 휴·폐업 사무소보다 2690곳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중개사무소 운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일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931건으로, 지난 4월(3184건) 대비 39.3%가량 감소했다. 지난 4월 1만2243건이었던 전세거래도 지난 5월 8717건으로 줄어들었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31.5%가 직거래였다. 이는 지난해 9월(17.4%)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전세 사기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도 추락하는 분위기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상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실제 공인중개사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라며 “일부 공인중개사의 일탈행위가 공인중개사 업계 전반의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도 동탄에서 공인중개사 부부가 전세 사기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에 위치한 다른 공인중개사무소들에 ‘계약 취소’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동탄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전세 계약을 코앞에 두고 있던 임차인이 최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며 “개인적으로는 너무 억울했는데 큰 돈이 걸려있는 계약이고 임차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라고 호소하기 이전에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역에선 ‘알고도 모른 척’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특정 공인중개사가 전세 사기와 연루됐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는데 신고할 기관도 마땅치 않고, 정작 본인이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판 여론을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을 주면 이익 집단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게 단속·감시 권한을 주는 등 제대로 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민석 기자(vege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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