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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땅속 묻힌 수녀가 4년간 썩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성지’가 된 美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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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부패되지 않은 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의 시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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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망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부패하지 않은 수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순례자들 사이에서 ‘미주리주(州)의 기적’으로 불리면서 매일 수백 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CNN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는 베네딕토 마리아 수녀회의 창시자다. 미주리주 시골 마을에 있는 베네딕텐스 수녀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다 2019년 5월 29일 아흔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시신은 별다른 방부처리 없이 나무 관에 담겨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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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이 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의 시신을 만지며 축복을 빌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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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해진 건 지난 4월이다. 수녀회는 전통에 따라 고인을 예배당 재단 아래 모시기로 했고 약 4년 만에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을 무덤에서 꺼냈다. 그러다 시신 특유의 악취가 전혀 나지 않는 데 이상함을 느꼈고 곧장 관을 열어 확인한 결과,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빌헬미나 수녀를 볼 수 있었다.

관은 금이 갔고 군데군데가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습기가 가득한 환경이었지만 시신만은 큰 이상이 없었다. 발굴 과정에 참여한 한 수녀는 “당연히 뼈만 남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라진 관 틈 사이로 양말을 신은 채 온전히 남은 발이 보였다”며 “우리가 그녀를 땅에 묻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녀 역시 “머리카락, 속눈썹, 코 등이 정상적이었다. 입술은 미소를 짓는 듯 보였다”고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은 수녀복 차음으로 양손에 묵주를 꼭 움켜쥔 채 누워있다. 한쪽 귀가 사라졌고 눈이 살짝 내려앉았으며 손가락뼈도 골격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숨을 거둔 지 4년이 지났다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온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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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의 일생이 담긴 책. 표지에서 수녀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베네딕토 마리아 수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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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의 일생이 담긴 책 일부 페이지. /베네딕토 마리아 수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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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식이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지자 작은 마을 역시 하루아침에 ‘성지’가 됐다. 신자들은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을 거룩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시신 앞에 무릎 꿇었고 손을 만지며 축복을 빌고 있다. 수도원에는 빌헬미나 수녀의 일생이 담긴 책과 수녀들의 합창 CD, 묵주, 엽서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가 급히 세워지기도 했다.

빌헬미나 수녀를 보기 위해 캔자스시티에서 온 한 순례자는 “처음에는 조금 비현실적이었으나 너무 아름다웠다”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실이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수녀회는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을 더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오는 5일부터 예배당 유리성전에 안치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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