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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단 하르툼에 있는 고아원에서 촬영된 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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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세력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한 고아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 최소 60여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내전 장기화로 시설 내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식량과 의약품 부족 등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지난 6주간 최소 60명의 영유아와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고열 등으로 사망했다. 특히 주말이었던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틀 사이에만 26명이 숨졌고, 사망자 가운데 3개월된 영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고아원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내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아이들의 시신은 흰 천에 싸인 채 실내 바닥에 놓여 있다. 기저귀를 찬 20여명의 아이들은 시신 바로 옆에서 놀거나 잠을 자고 있으며 우는 소리도 들린다.
고아원 자원봉사자인 아프카르 마스타파는 “재앙적인 상황이다. 내전 첫날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아원 간호사로 일하는 헤바 압달라는 “(내전으로) 외부 지원이 끊기면서 음식, 의약품, 분유 등의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파 울지만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줄 수 없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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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하르툼의 한 고아원에서 촬영된 사진. 오랜 격리로 사망한 아이 시신을 흰 천으로 감싸놨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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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는 지난달 15일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이 발생했다. 두 세력간의 전투가 6주째 이어지면서 수도 하르툼은 물론 다른 여러 도시가 전쟁터로 변했다. 165만명의 시민들이 전투를 피해 수단 내 안전한 지역이나 이웃 국가로 떠났다. 피난을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집이나 시설 등에 갇힌 상황이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고아원은 하르툼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포탄과 총알이 인근 주택과 민간인 시설을 강타하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고아원에는 이날 기준 최소 341명의 어린이가 지내고 있으며, 이중 213명이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유아로 파악됐다.
고아원의 또다른 간호사는 내전이 발생한 뒤 첫 3주동안은 불시에 들이 닥칠 폭발로 인한 화재와 파편 등을 피하기 위해 창문도 없는 방에 아이들을 격리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창밖을 내다볼 수도 없는 죄수 같았다”며 “우리는 모두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국제 사회에 전해지자 수단 군부 세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한편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자선 단체는 지난달 28일 유니세프와 국제 적십자 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고아원에 음식과 의약품 등을 전달했다.
군부 간 내전은 민간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수를 집계하는 수단의 의사 신디케이트에 따르면 최소 86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중 190명이 어린이로 집계됐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수단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한 어린이는 전쟁 이전 900만명에서 전쟁 이후 136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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