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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네이버 반등이냐 후퇴냐" 서치GPT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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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호실적을 냈다. 미래 먹거리의 성장성은 탄탄하다. 통 큰 주주환원책을 발표했고, 핵심 서비스도 개편했다. 그런데도 네이버의 주가 움직임은 신통치 않다. 국내 검색엔진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어서다. 네이버 주가 향방이 7월에 선보일 서치GPT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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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오는 7월 차세대 검색 기술 프로젝트 ‘서치GPT’를 공개한다. 사진은 김용범 네이버 서치US 치프 사이언티스트.[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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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주가가 최근 2주일 새(5월 18일~6월 1일) 4.23% 하락했다. 21만3000원이던 주가가 20만4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22만원(5월 22일 장중 21만8000원) 고지를 넘봤는데, 5월 31일(종가 19만9500원)엔 19만원대로 밀리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99% 상승했다는 걸 고려하면 네이버의 수익률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네이버의 주가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였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와 기관은 각각 352억원어치, 212억원어치의 네이버 주식을 내다 팔았다.

네이버를 둘러싼 투자 지표가 나빴던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올해 1분기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6%, 9.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전망치였던 3171억원을 소폭 웃돌았다. 서프라이즈의 배경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신사업이었다. 커머스(45.5%), 핀테크(15.8%), 콘텐츠(94.0%) 등의 새롭게 펼쳐놓은 사업 부문이 두 자릿수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주환원정책도 꺼냈다. 향후 3년간(회계연도 2022~ 2024년)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FCF(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전액 현금 배당하기로 한 거다. 보유 자사주 일부도 소각할 예정이다. 향후 3년간 매년 총 발행주식수의 1%씩을 없앤다.

그런데도 최근 네이버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건 주력 사업인 검색엔진 사업에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55.2%였다. 지난해 말(64.8%)보다 점유율이 9.6%포인트나 감소했다.

반면 국내 검색 시장의 2인자인 구글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8%에서 35.3%로 치고 올라왔다. 이로써 두 회사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말 38.0%포인트에서 19.9%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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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챗GPT를 자사 검색엔진 '빙'에 얹힌 점도 네이버엔 불안요소다. 빙은 업그레이드 한 달 만에 글로벌 일일 이용자 1억명을 돌파하면서 각광받았다.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챗GPT를 무기로 삼은 MS 빙이 얼마만큼 치고 올라올 수 있을지가 IT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검색엔진은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경쟁력이다. 고객들은 네이버를 통해 쇼핑을 하고(스마트스토어), 웹툰을 보고(네이버웹툰),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다(네이버페이).

검색엔진에 붙는 광고는 네이버의 중요한 캐시카우고, 검색엔진을 근간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네이버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네이버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이처럼 핵심 사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능의 고도화'를 통해 검색엔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검색 사용자 환경ㆍ경험(UIㆍUX)의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더 섬세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게 개편의 목적이다. 검색 결과에서 짧은 영상(쇼트폼),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노출도 확대했다.

예를 들어 '유럽여행 코스'와 같이 다수의 장소를 추천하는 콘텐츠는 이미지가 강조되는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연말 정산하는 법'과 같이 정보 탐색이 선호되는 질문은 '텍스트 미리보기'로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네이버는 "올해 콘텐츠 유형별로 최적화한 형태의 검색 결과를 제공해 검색 몰입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편 이후에도 네이버의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는 건 그 효과가 아직 신통치 않았다는 걸 시사한다.

네이버 주가가 다시 반등하려면 오는 7월에 공개하는 차세대 검색 기술 '서치GPT'의 완성도가 상당해야 한다. 서치GPT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플랫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검색 결과를 고도화한 서비스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어 학습량이 강점이어서 '한국판 챗GPT'로도 불린다.

서치GPT가 7월 출시 이후 영특한 검색 결과를 드러내면 네이버의 주가도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1위 사업자란 타이틀을 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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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최근 검색엔진 서비스를 개편했다.[사진=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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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블로그와 네이버지도 같은 원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성형 AI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드러낼 수 있을 것"라면서 네이버의 주가 상승을 전망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글로벌 기업도 한국어 역량을 강화하곤 있지만 국가별로 문화적 코드와 규제, 법률 등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로컬 AI 모델의 경쟁력이 더 뚜렷할 전망"이라면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AI 모델과 비교해 더 진화한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서치GPT를 출시하고도 기능이 떨어진다는 실망스러운 평가가 나온다면 반등도 물거품이 된다. 지난 2월 8일 구글이 자사의 AI 챗봇 '바드'를 처음 공개했을 때도 그랬다. 바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공개한 홍보 영상 속 답변에 오류가 드러나면서 당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7.68% 급락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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