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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듀폰·3M, 발암성 화학물질 ‘PFAS’ 위험성 장기간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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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국내에도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는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이 폐기물질 유출로 전세계를 독성물질 중독에 빠트린 사건을 롭 빌럿이라는 변호사가 20여 년간 파헤친 실화에 바탕했다.

듀폰은 ‘테프론’이라 불리는 PFOA(과불화옥탄산)을 이용해 들러붙지 않은 후라이팬을 제작해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 물질은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고발성 영화다. 1998년 농장의 젖소 190마리가 죽었다며 한 농부가 변호사를 찾아오며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화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변호사는 PFOA의 독성을 알게 된다.

이런 듀폰은 요즘은 세계적인 ‘친환경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

듀폰 엠블럼. 연합뉴스


그러나 발암성 오염물질 ‘과불화화합물’(PFAS)을 생산하는 듀폰·3M 등 미국 업체들이 위험성을 알고도 오랫동안 은폐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트레이시 우드러프 교수팀은 2일 과학저널 ‘세계 보건 연보’에서 PFAS 최대 제조업체인 듀폰과 3M의 내부 문서 분석 결과, 이들이 PFAS의 위험성을 공개하기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감추고 당국의 규제를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PFAS는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진 유기 화합물로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널리 사용된다. 쉽게 분해되지 않아 인체 내와 환경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유해성 증거도 늘고 있다.

연구팀이 분석한 업체 문서들은 로버트 빌롯 변호사가 PFAS 오염으로 듀폰을 최초로 고소한 사건 소송에서 처음 드러났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산업계는 PFAS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최소 21년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PFAS가 처음 사용된 후 50년 동안이나 PFAS 독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문서에 따르면 듀폰은 내부 동물 연구 등을 통해 PFAS 독성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를 과학 문헌에 발표하지 않았고, 환경보호청(EPA)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1961년 초 작성된 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듀폰의 내열성 합성수지로 PFAS의 하나인 테프론(C8·PFOA) 독성 책임자는 쥐의 간이 적은 양의 테프론에도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화학물질을 극히 주의해서 취급할 것을 권고했다.

1970년 업체 내부 메모에는 듀폰의 지원을 받은 하스켈 연구소가 C8을 흡입할 경우 독성이 매우 강하고 섭취할 경우에도 중간 정도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듀폰과 3M은 1980년 C8 생산에 근무했던 임신한 직원 8명 중 2명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한 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공개하거나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듬해 작성한 내부 메모에서는 선천성 기형이 듀폰의 C8에 의해 발생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듀폰은 1980년 직원들에게 C8은 테이블 소금처럼 독성이 낮다고 안심시켰다. 1998년과 2002년 소송으로 PFAS 오염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EPA에 테프론 상표로 판매되는 소비자 제품은 안전하다‘는 내용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PA는 2004년 듀폰에 PFOA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 환경 관련 법령에 따라 부과된 민사 벌금으로는 최대인 1645만 달러를 부과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2005년 듀폰이 PFOA와 C8으로 벌어들인 연간 매출 10억 달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나디아 가버 박사는 “이들 문서를 통해 제조업체들이 PFAS에 대해 언제, 무엇을 알았고 중요한 공중보건 정보를 어떻게 비공개로 유지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며 “이 연구가 정책을 알리고 화학물질 규제 원칙을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 대한 해당 기업들의 반응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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