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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日증시 사상최고인데 왜 한국 투자자들 관심 없나... “활력 없는 나라라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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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 증시가 반등하면서 일본 주식에 관심이 커졌지만, 국내 투자자가 일본 주식에 투자하려면 넘어야 할 진입장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대 수익과 투자 안정성을 고려하면 일본 주식보다 미국이나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닛케이지수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소식에도 투자 열기는 냉랭한 모습이다. 증권 업체들도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관련 상품 개발이나 영업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조선비즈

마스크를 착용한 한 일본 도쿄 시민이 10일 닛케이225지수를 보여주는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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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닛케이225지수는 3만1328을 기록했고, 29일에는 토픽스 지수가 2160.65를 찍었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배경에는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엔저 국면 마무리,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투자 자금이 일본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특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식에 투자했다고 알려지면서 일본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 커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주식을 매수한 국내 투자 금액은 1억6757만달러(한화 약 2223억원)로, 전달(8700만달러·약 1154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늘었다. 다만 매수, 매도하는 거래량이 늘었을 뿐 보관금액은 비슷하다.

일본 주식 매수 금액이 늘었지만, 자세히 보면 일본 상장사에 투자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했는데,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간 것은 엔화 차익을 노리는 미국시장 투자 상품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일본 종목은 ‘글로벌 X 재팬 반도체 ETF’, ‘아이쉐어스 20년 이상 US 국채 JPY 헤지 ETF’, ‘넥스트 펀드 나스닥 100(R) (UNHEDGED) ETF’ 등이었다. 1위는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2~3위는 미국채,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도 일본 투자 상품에 큰 공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해외 주식 시장이 주목받을 때마다 증권사들이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과거 2006년 국내에서 해외펀드 열풍이 불 때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는 현지 지점을 내고, 관련 상품을 잇달 내놓았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상장사들의 이익 규모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활력을 잃은 일본 경제가 이미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어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로 일본 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이 전부 원금손실 처리됐고, 이후 일본 증시도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떨어졌다”며 “최근 2년간 서학개미가 급증한 점도 미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외면하다 보니 거래 편의성도 크게 떨어진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에서 일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데 최소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한다. 일본 증시는 점심시간에 휴장하는데, 이때 국내 투자자들도 거래할 수 없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 고객 대상으로 자산 분배 관점에서 일본 리츠, 부동산 시장, 펀드 등 여러 투자처를 소개했는데, 엔저 현상이 길어졌고 시장이 횡보하는 사이 다른 시장이 오르면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배당, 안정성, 세금 등 여러 부문을 고려했을 때 일본 시장보다 더 나은 대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유럽 시장이 크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투자할 상품은 별로 없다”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다고 할지라도, 밸류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있을 가능성이 커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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