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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여야 합심한 '선관위 국정조사' 뒤에 김기현 강력한 의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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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 국조 선제적 제안
이슈 선점해 청년세대 포섭·文 정부 실책 부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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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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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습니다. 국정조사 카드를 검토해 주세요."

지난달 31일 오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급히 전화했다. 선관위원회의 '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국정조사를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하라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에는 중앙선관위의 관련 의혹 특별감사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다소 '이른' 제안이었다. 선관위가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식' 대책으로 나온다면, 이에 대응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었다. 윤 원내대표 역시 김 대표의 의견에 공감했다.

윤 원내대표는 곧장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민주당에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전달했다. 국정조사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민주당 답변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브리핑을 마친 뒤인 오후 5시 30분쯤 도착했다. 여야는 바로 다음 날인 1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회동하며 관련 협상에 돌입했고, 국정조사 성사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결단이 없었으면 의원들의 '갑'인 선관위를 손볼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조사 밀어붙인 김 대표... 청년 지지 흡수·文 정권 인사문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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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해커톤 청년ON다 공개오디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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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이번 결단은 '무리수'를 잘 두지 않는 평소 정치 스타일에 비춰 이례적이다. 당내에서는 선관위 직원의 '고용 세습'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이념인 '공정'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청년들의 민감 이슈인 '불공정 채용'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된 '인국공 사태'와 '조국 사태' 때와는 다른 대응으로 야당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돈 봉투 전당대회, 김남국 코인 사태 등으로 최근 민주당에 등 돌린 2030세대를 흡수하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일탈 원인으로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이 지목되는 만큼, 현 선관위 체제가 문재인 정권 말기 '알박기'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측근들은 설명하고 있다. 노태악 위원장은 전 정부 말기인 2022년 5월 임명됐고, 이번에 수사의뢰된 박찬진 사무총장은 노 위원장 취임 한 달 만에 사무차장에서 승진했다. 김 대표는 2022년 원내대표 시절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함' 사태를 추궁하기 위해 당시 박 사무차장을 불렀는데 뉘우침 없는 태도를 보고 '통제받지 않는 선관위 권력'의 문제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날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고용 세습과 같은 일반 행정 사무에 대해서도 선관위가 헌법 위에 존재하는 기관인 것처럼 군림하면, 용납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면초가' 선관위, 감사원 감사는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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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과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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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에 대한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이 전날 선관위 채용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결정한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날부터 한 달간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전담조사단'을 꾸려 단독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대상은 선관위 전·현직 공무원이다. 이미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조사 대상이다. 다만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선관위의 인사 사무에 관한 감사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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