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깨알지식 Q] 일론 머스크는 왜 중국서 ‘마씨 형’이 됐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의 숙소를 나서는 모습. 중국 언론은 그를 ‘마스커(馬斯克)’라고 쓴다. 애칭은 ‘마거(馬哥·마씨 형)’다. /로이터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중국을 찾아 화제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을 중국 언론은 ‘마스커(馬斯克)’라고 쓴다. 중국서 그의 애칭은 ‘마거(馬哥·마씨 형)’다. 비(非)한자권 외국인의 중국 이름은 어떻게 작명할까.

외국인의 중국어 이름은 국영 신화통신 산하 역명실(譯名室·이름번역실)의 표기법을 대체로 따른다. 머스크 같은 기업 대표의 경우 이를 참고해 회사 측에서 결정한 다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한다. 표기법에 따라 머스크는 이름 첫 글자로 ‘무(穆)’가 적절하지만, 중국 내 더 흔한 성인 ‘마(馬)’를 선택했다. 실제로 2015년 이전에는 중국 관영 매체들이 머스크의 이름을 무스커(穆斯克)로 주로 표기했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인 만큼 ‘말’을 뜻하는 한자가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스’와 ‘커’는 중국어에서 각각 ‘이(this)’와 ‘그램(g)’을 뜻하는 글자로 별다른 의미는 없다. 이름 중 일론은 아이룽(埃隆)이라 되어 있지만 언론도 대부분 마스커라고만 쓴다. 머스크는 2006년 대만에 공장을 지을 때 마이랑(馬誼郞)이란 이름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랑을 풀면 ‘우정이 넘치는 사나이’란 뜻이어서 중국인 사이에 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마스커로 ‘개명’했지만 마씨 성은 유지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31일 베이징·상하이에 머문 기간에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중국 최고 지도부 7인 중 한 명)를 비롯해 친강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1인자) 등 고위급을 만나며 환대 받았다.

조선일보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 참석 후 회의장을 나오는 모습. 그는 '쿠커(庫克)’라는 중국 이름을 쓴다. 쿠는 중국에서 ‘멋지다’는 의미의 ‘쿠(酷·cool)’와 음이 같아 ‘쿠거(멋진 형)’, ‘쿠셴셩(멋진 선생님)’이란 애칭을 얻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쿠커(庫克)’로 불린다. 창고를 뜻하는 고(庫)자를 써서 일부러 특별한 의미 부여를 피했다. 그렇지만 애플 팬들은 쿠는 중국에서 ‘멋지다’는 의미의 ‘쿠(酷·cool)’와 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그를 ‘쿠거(멋진 형)’, ‘쿠셴셩(멋진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서 번역한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중국어 이름은 일반적인 외래어 표기를 따른 비얼가이츠(比爾·蓋茨)이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회장의 이름은 자커보거(扎克伯格)다. 중국인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발음 기호로 느껴지는 표기다.

조선일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중국 이름은 자커보거(扎克伯格)다. 중국인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발음 기호로 느껴지는 표기다. 사진은 저커버그 CEO가 2019년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을 노리고 아예 중국인처럼 보이는 이름을 쓰는 외국 기업인도 생기고 있다. 중국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업가 그랜트 호스필드(Grant Horsfield)는 ‘가오톈청(高天成)’이란 이름을 쓴다. 덴마크 패션그룹 ‘베스트셀러’의 중국 계열사인 ‘베스트셀러패션그룹차이나(BSFGC)’의 댄프리스 CEO는 단페이(丹飛)란 이름을 스스로 지었다.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에서 대부분 본인의 한자 이름을 그대로 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중국어 이름은 있을 ‘재(在)’ 쇠 녹일 ‘용(鎔)’을 그대로 써서 ‘리자이룽’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클 ‘태(泰)’ 근원 ‘원(源)’자를 써서 ‘추이타이위안’이 된다. 한국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이름을 써도 큰 무리가 없다. 최 회장의 이름은 중국에서 흔한 이름처럼 느껴질 정도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