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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수출 8개월째 곤두박질, 언제까지 ‘상저하고’만 되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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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22억 달러 2022년 대비 15.2%↓

소비·생산·재고 등 경제 지표 암울

선도 투자로 신산업 육성 등 시급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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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내수, 생산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암울한 상황으로 치닫는 등 우리 경제가 총체적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이 52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2%나 감소했다. 수출이 8개월째 곤두박질치면서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 수출 감소기록을 세웠다. 무역수지는 더 심각하다. 수입 감소가 일정 부분 상쇄했음에도 지난달에만 2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25억3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라지만 5월까지 누적 적자가 273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무역적자 행진은 27년 만에 최장인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품목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73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2% 감소한 게 뼈아팠다. 이뿐 아니다. 우리 경제를 비추는 각종 경제지표는 온통 잿빛이다. 그제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4% 줄면서 1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비판매액지수도 2.3% 감소했다. 만든 제품이 소비 또는 수출이 안 되니 창고에 쌓여 가는 건 당연하다.

비단 반도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은 2013년 401개에서 지난해 375개로 줄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경쟁력도 대부분 떨어졌다.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선박 등 주력 산업의 지형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되뇌며 반도체 사이클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 특수만을 기대하는 천수답 경제를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에 바이오를 포함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5차례 모두 회의를 주재하며 수출 드라이브에 강한 의지를 실은 건 올바른 방향이다. 범정부 차원의 각오가 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업황이 3∼4분기쯤 저점에 도달하겠지만 V자 반등이 아닌 미약한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 수출 회복도 좋지만 규제 개선과 선도적 투자를 통한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수출 다변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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