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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뭉툭한 상단 ‘가분수 로켓’…북 ‘위성 탑재’ 선전하듯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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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천리마 1형’ 발사체…한·미 당국 정밀분석

2·3단 로켓 추진력 높이려 길이 늘린 듯…설계에 결함 가능성
급조 역력한 동창리 새 발사장 ‘김정은 조급증’ 실패 원인 방증

경향신문

임시 발사대서 솟구친 로켓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으며, 북한은 발사 후 2시간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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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이튿날 위성 발사체가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 기술을 활용한 액체연료 기반 위성 탑재 로켓으로 보인다. 한·미 군당국은 정확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이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일 신형 발사체 천리마 1형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총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의 머리 부분, 즉 최상단의 페어링(덮개) 부분이다.

뭉뚝한 모형의 페어링은 미사일이 아닌 위성이 탑재됐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 미사일은 탄두가 몸체보다 가늘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기에 1호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탑재됐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만리경 1호가 길이 1.3m에 무게 300㎏급이며 해상도는 최대 1m 내외의 정찰임무 정도만 가능한 소형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페어링이 2, 3단 몸체보다 큰 ‘가분수’ 형태라는 점도 큰 특징이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 같은 위성 발사체 형상은 통상 대형 발사체가 취하는 특성”이라고 했다. 장 센터장은 천리마 1형의 발사용량을 과대 선전하기 위해 페어링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진으로 각 추진체의 길이를 추정할 때 대형이 아닌 중소형급의 위성 발사체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천리마 1형의 1단 몸통은 상대적으로 짧고 2, 3단은 길다. 북한이 위성 발사에 앞서 지난달 29일 일본 당국에 통보한 예상 낙하 지점을 보면 은하 3호와 비교할 때 1단 추진체는 더 가까이, 2단은 더 멀리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은하 3호는 북한이 2012년 12월 위성 광명성 3호를 탑재해 발사한 로켓인데 두 로켓의 동체 길이 차이가 낙하 지점 차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단이 길다는 것은 2단 로켓의 추진력을 키워 훨씬 빠르고 높이 올라가도록 설계됐다는 뜻이다. 새로운 형태인 만큼 2·3단 설계 과정에서 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은 과거 북한 1·2단 추진체의 비행 경로가 직선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1단을 서쪽으로 치우치게 발사하고 2단은 동쪽으로 무리하게 경로 변경을 하도록 설계됐다고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진 점화 모양을 볼 때 액체연료가 사용됐다는 점이 확인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형상인 데 반해 액체연료는 화염이 촛불 형태로 모인다.

사진에 나타난 발사 장소는 동창리의 기존 서해위성발사장과 다르다. 북한이 지난 두 달 동안 설치한 새 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을 쏘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장 센터장은 “새 발사대는 발사 준비 징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발사대 없이 콘크리트 패드 위에 발사체를 고정하고 발사한 것으로 보여 임시 발사대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장 센터장은 “사방에는 짧은 시간 내 급조를 위해 야간 건설 작업이 가능하도록 조명 시설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급함이 실패 원인일 수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국정원은 “누리호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발사)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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