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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脫대만 외치지만… “빅테크 기업들 공급망 다변화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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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분석 보도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보다

대만 끊어내기가 고비용 치를 것”

미·중 갈등 속 지정학적 우려 대비

동남아 등서 생산능력 구축 요청

반도체 관련 모든 생산기술 갖춰

양안 충돌 땐 공급망 혼란 불 보듯

최근 글로벌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지정학적 우려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며 탈중국에 이어 ‘탈대만’을 고려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월31일(현지시간)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분리)하는 것이 (비용이) 싸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대만과의 끈을 끊어내는 것은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그 비용을 지불할 만한 기업이 있을 것인지(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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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타이페이 2023’ 행사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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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를 보면 지난해 중반부터 인텔, 메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대만 공급업체에 중국과 대만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세계 2, 3위 노트북 제조업체인 HP와 델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능력을 구축하기 시작하라고 지역을 특정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어드반테스트의 한 임원은 “우리는 전쟁 등 공급망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사업계획인 ‘비즈니스 컨틴전시 플랜’(BCP)을 세웠다”면서도 “만약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솔직히 어떤 BCP도 전혀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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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만 컴팔의 한 임원은 “사람들은 공급망에서 대만의 위치를 과소평가한다”며 “대만은 칩, 구성품, 인쇄 회로 기판(PCB), 케이스, 렌즈, 조립품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에 군사적 마찰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할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전면전이 아니라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만 가정해도 심각한 세계적 공급망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추산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칩 생산업체들의 생산 중단은 세계 전자기기 제조업체에 5000억달러(약 661조원)의 손실을 초래한다. 대만이 최첨단 반도체와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중국에서 조립해 미국 전자제품을 만드는 만큼 기술에 있어서는 3개국 간의 상호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서다. 이는 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동안에도 심화했다고 FT는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대만은 물론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도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아·FT 분석 결과 애플 상위 188개 공급업체 중 80% 이상이 여전히 중국에 최소 1개 이상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 조달팀을 만난 공급업체 관계자는 “중국이나 대만에서와 같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에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불가능한 일’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FT에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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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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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의 한 임원은 “우리는 정말로 그들(중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서도 “애플은 인도에서 조립한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의 가격이 중국에서와 동일하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새로운 공장을 짓고 부품을 선적하기 위해서는 추가 물류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과의 경제협력을 가속해 장기적인 대안 모색에 나선 모양새다. 두 나라는 1일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에 따른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관세를 다루지 않고 있어 정식 자유무역협정(FTA)은 아니지만 대만과의 무역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우중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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