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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술 먹고 해도 통하는 한국 야구[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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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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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음주 출전’이 드물지 않았다. 전설적 투수 A가 경기 당일 새벽까지 상대팀 선발 투수 B와 소주 10병, 양주 5병을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그날 경기에서 A가 완봉승을 거뒀다. A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상대 타자들 수준이 너무 낮았다. 유명 타자 C는 비로 경기가 취소될 줄 알고 전날 폭음을 했는데, 날이 개는 바람에 경기에 나갔다. 그런데 홈런 2개를 쳤다. 상대 투수 수준이 한심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술 냄새 풍기며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 홈런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나서 숙취로 토한 선수 등 에피소드가 무수하다.

▶축구 선수들이 경기당 평균 11.2km를 달리는데 야구 선수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야구 선수에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능력과 폭발적 파워 등 수준 높은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준 높은 현대 야구에서 과학적 몸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숙취 상태에서 운동하면 유산소 능력이 11% 감소한다. 평소 술을 마시는 사람이 운동 관련 부상을 입을 확률이 술 마시지 않는 사람의 2배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는 선수가 한 해에도 여러 명 나온다. KBO가 징계를 강화했으나 효과가 없다. 이번엔 지난 3월 WBC 기간 중 일본 도쿄의 한 주점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경기 전날이나 당일 새벽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경기 전전날 술을 마시는 것은 괜찮은가. 논란이 커지자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은 사과를 했다.

▶한국 야구 선수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술을 마셔도 안타 치고 삼진 잡을 정도로 경기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WBC에서 제대로 된 프로 리그도 없는 호주에 졌고, 일본전에선 콜드게임 패배 직전까지 갔다. 1이닝도 막아낼 투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지난해 은퇴한 선수가 그해 타율 최상위권에 있었던 게 한국 야구다. 도쿄올림픽에선 40대 아저씨들이 주축인 팀에 처참하게 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팀 평균 연봉은 그 팀의 10배도 넘었을 것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술 때문에 참패한 게 아니라 한국 야구 실력이 딱 그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는 도박, 학폭, 뒷돈, 미성년자 성착취, 중계권 비리 의혹 등이 쉴 새 없이 터진다. 술 정도는 애교일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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