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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유정, 범죄물 심취 "살인 충동 때문에 범행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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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대 또래 여성 살해 피의자 정유정
방송·온라인 통해 범죄물 주로 접해
범행 후 여행용 가방과 칼과 세제 등 구입
정신병 기록 없으나 사이코패스 성향 검사
범죄 잔인성 등 고려해 신상 공개 결정
한국일보

부산에서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은 범죄물에 심취해 살인충동을 느끼고 실제 범행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1일 "금정구 20대 여성 살해 유기사건 피의자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범행 이유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평소 방송매체나 온라인을 통해 접한 범죄물을 즐겨 보면서 살인 충동을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3개월 전부터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집중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4일 과외 앱을 통해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정유정은 자신의 집에서 택시로 20분 떨어진 부산 금정구의 20대 여성 A씨에게 “중학교 3학년 아이가 방문할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정유정은 이틀 뒤인 26일 오후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한 교복을 입고 직접 A씨 집을 찾았다. 정유정은 잠시 대화를 하다가 돌연 미리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러 무방비 상태에 있던 A씨를 살해했다.

정유정은 범행 직후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가져왔고 칼과 세제, 비닐봉지를 구입했다. A씨 시신을 훼손해 가방에 담은 정유정은 27일 새벽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자신이 평소 산책하던 곳을 유기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유정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피 묻은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 일부와 피해 여성의 신분증, 휴대폰, 지갑 등을 발견하고 정유정을 긴급체포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정유정은 고교 졸업 후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끔 떨어져 사는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았으나, 정신치료 병력이나 전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가 전혀 없었고, 폐쇄적 성격으로 범죄 서적들을 빌려 보거나 범죄 관련 방송 등을 많이 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심리상담에 이어 정유정의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이코패스 여부도 검사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여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유정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심의위원회는 “범죄의 중대성,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신상정보 공개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2일 정유정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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