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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복현 금감원장 "1년간 평가점수 50점…잘못한 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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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
"주가조작사태, 기관장으로서 업무 잘 못한 제 잘못"
해외출장 비판 관련 "발 빠른 대응 위해 물밑 노력"


취임 1년을 맞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그동안 수행해 온 감독당국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50점'이라는 자체평가 점수를 내놨다. 전심전력으로 직무에 임했지만 이번 주가조작 사태 등 자본시장 및 금융업계 전반의 문제점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간 금감원장으로 재직하며 느낀 그간의 소회와 향후 금감원 운영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 임명으로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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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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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하반기 대내외 긴축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시장 유동성 경색 등 잠재하는 여러 불안상황에 전 방위적으로 대응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취임할 때 약속했던 금융감독 혁신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10월 the F.A.S.T.프로젝트를 마련해 감독업무에 대해 피감기관과 소비자가 더 잘 수용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미리 준비해온 인사말을 끝낸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지낸 지난 1년에 대해 보다 솔직한 소회를 털어놨다. 최근 불거진 주가조작사태와 관련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많은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 원장은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지난 주말부터 생각해봤는데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면 50점 정도는 맞은 거 같다"며 "불공정거래 등은 과거 경험(검찰에서 활동할 때)이 있으니 이런 것들은 언제라도 할 수 있겠지라며 쉽게 생각한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관계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이 원장은 당시 발언에 대해 "한 기관의 축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기관을 이끄는 장으로서 시스템을 잘 구축하지 못하고 업무를 잘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는 점을 통절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복현 원장은 이번 주가조작 사태가 일어난 뒤 금감원장으로서 취한 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원장은 "8개 종목 주가하락 사태가 터진지 불과 3일 만에 합동수사팀이 만들어지고 주범들을 체포하는 절차를 밟았다"며 "이렇게 빠르게 대응하는 일이 그냥 생길 순 없는 만큼 제 나름대로는 물 밑에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SG증권 발 8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상황에서 떠난 해외IR출장 논란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이 원장은 사전에 일정이 정해진 해외IR출장 때문에 지난달 11일 열렸던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 큰 사건이 일어났는데 금융감독 수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해외출장 비판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주가하락이 일어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제 딴에는 앞단에서 세팅을 하고 원격으로 챙겼다"며 "다만 그래도 그런 중요한 시점에 자리를 비우는 건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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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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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출마설에 대해선 다시 한 번 부인했다. 이복현 원장은 그동안 꾸준히 총선출마설이 있어 왔고 지난 합동토론회 당시 거취를 내놓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미리 포석을 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는 임명을 해줘서 자리에 온 사람인 만큼 역할을 그만하라고 하시면 제가 임기가 3년이니까 계속 있겠습니다 고집 부릴 수는 없다"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제가 뭔가를 잘 알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람 말을 잘 흉내 내는 앵무새처럼 딸딸 외워서 하는 제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일을 좀 더 잘 파악하고 더 잘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며 "앞으로 1년 더 하겠다고 말씀드린 만큼 이해를 해 달라"고 설명했다.

계속 금감원장직 수행의사를 밝힌 이복현 원장은 향후 1년을 위한 출사표도 내던졌다.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본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위해 불공정거래, 불법 공매도, 악성 루머유포 행위 등 시장교란 행위에 엄중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신속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등 전반적인 금융산업 성장을 위해 건전한 디지털 금융혁신 기반 조성과 가상자산 시장 법제화, 대환대출 시스템 시행 등 새로운 제도들을 현장에 잘 안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원장은 "감독원장으로 부임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근본부터 바꾼다는 마음가짐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최후의 보루로서 금융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근절에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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