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호암상 시상식 2년 연속 찾은 이재용… 삼성 ‘인재제일’ 철학 계승 의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찾아 직접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선대의 ‘사업보국’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과 사회 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공헌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이 시상 대상이다. 2023년도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호암재단 주최로 수상자 가족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선비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사 20분 전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호암 시상식 참석 소감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총수 일가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전까지 호암상 시상식에 모두 모였으나,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이 회장도 불참했다. 이 회장은 6년 만인 지난해 시상식을 찾은 뒤 2년 연속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홍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불참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등 복합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올해도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호암재단은 2년 전부터 기존에 1명에게 주던 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했는데 이는 이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 기초를 더 단단히 만들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이 회장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 호암재단에 개인 자격으로는 유일하게 2억원을 실명으로 기부했다.

조선비즈

삼성호암상 수상자들이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 최경신 위스콘신대 교수, 선양국 한양대 석좌교수, 마샤 헤이기스 하버드의대 교수,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조성진 피아니스트 대리 수상), 추성이 글로벌케어 공동대표, 박용준 회장. /호암재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호암상 수상자는 임지순(72) 포스텍 석학교수(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최경신(54)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선양국(62) 한양대 석좌교수(공학상), 마샤 헤이기스(49)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의학상), 조성진(29) 피아니스트(예술상), 사단법인 글로벌케어(사회봉사상) 등이다. 수상자들은 상금 3억원과 상장, 메달을 받았다. 조 피아니스트는 해외 공연 일정으로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리 수상했다.

호암재단은 올해 특히 최 교수와 헤이기스 교수 등 젊은 여성 과학자 2명이 수상자에 포함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또 역대 최연소인 29세의 수상자(조 피아니스트)가 나온 점도 강조했다.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수상자인 임 교수는 ”묵묵히 한가지 연구 주제에 몰두하는 후배 과학자들에게 저의 수상이 조그만 격려가 되기를 희망하며, 함께 진리 탐구와 인류문제 해결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수상자인 최 교수는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과학자란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과학자의 길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 함께 연구했던 제자들, 많은 도움을 준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학상을 받은 선 교수는 ”젊은 과학자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우직하게 연구하여 미래 먹거리들을 만들고, 과학기술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는 결과를 많이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며 “자신의 연구분야에 확신이 들었다면 긴 호흡으로 멀리 바라보라”고 말했다.

의학상을 받은 헤이기스 교수는 “항상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퍼즐을 해결하기를 꿈꾸면서 미토콘드리아 대사물질이 인간 건강과 암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연구해 왔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풀지 못한 퍼즐을 해결해 가겠다”고 말했다.

예술상을 받은 조 피아니스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욱 정진해 나가라는,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용기를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회봉사상을 받은 박용준 글로벌케어 회장은 ”15개국에서 전염병 퇴치와 빈민 진료 등의 활동을 펼치며 인류의 건강을 위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세계 전역에 퍼지는 인류 구원의 태풍을 이루는 것을 꿈꾸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총괄 사장 등 해외 출장 중인 경영진을 제외한 삼성 사장단 50여명이 참석했다.

호암재단은 올해까지 학술, 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170명을 삼성호암상 수상자로 선정해 총 335억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역대 호암상 수상자 중에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큰 한국계 연구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호암상 수상자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교수(의학상), 유룡 카이스트 특훈교수(과학상),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공학상) 등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았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