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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그날 가족 모두가 죽었다” 만취운전에 아내 잃은 남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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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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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제 아내만 죽은 게 아닙니다. 우리 가족 모두 다 죽었습니다.”

만취 상태 운전자에게 아내를 잃은 남편은 항소심 증인석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경종을 울려달라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검은 전날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A(39)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A씨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아 7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에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무죄로 판결돼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시야가 제한된 야간 시간대에 일반 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주행했고 황색 점멸 신호를 보고도 개의치 않고 보도를 침범하기도 해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돼야 한다”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생명을 잃었고 한 가족이 어머니를 잃었다. 남은 이들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망인에 대한 그리움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남편은 이날 증인으로 나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그날 제 아내만 죽은 게 아니다. 저희 모두 다 죽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라며 “중학생인 큰아이는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작은아이는 밤마다 운다. 갈 수 있는 병원은 다 가보고 백방으로 쫓아다녀 봐도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았다. 많이 반성하고 계신 것 같지만 저는 아무한테도 이런 얘기를 하지 못하고 꾹 참아야 했다. 그로 인해 더 힘들었다”며 “많은 이가 뉴스를 보고도 반성 없이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우리 가족이 다시 웃는 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가족들에게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발언 내내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듯 오열했고 피고인과 합의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아픈 죄를 지었다. 직접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변호인도 “여러 방법으로 사죄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수감 생활 동안 피고인이 어떻게 해서든 피해 회복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다”며 “이런 부분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7일 오후 9시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사상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그는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시속 107㎞로 차를 몰았고, 1·2차로에 걸쳐 가로로 정차해 있던 B(62)씨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 뒷좌석에 탔던 여성 C(42)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한 B씨 일가족 6명이 크게 다쳤다.

A씨 측은 B씨의 정상적인 운전을 예견할 수 없었기에 과실이 없으며,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차량의 비정상적인 주행에도 과실이 있어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차량 속도를 줄이고 차선 변경 시 방향지시등을 켠 점 등을 토대로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사실 오인과 함께 형이 너무 가볍다며,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열린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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