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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속옷 서랍까지”…압수수색 당한 MBC 기자 ‘과잉수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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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차 MBC 기자 “경찰이 영장 집행 나와 ‘한동훈 장관님’ 언급”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 보고 화가나”

한동훈 “그냥 넘어가면 다른 국민들께도 이런 일이 당연한 일 될 것”

김의겸 “尹,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하지 않았나”

허은아 “MBC 본사 압수수색…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나 생각”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MBC 임모 기자가 ‘과잉수사’를 주장하며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자신의 블로그에 상세히 공개했다. MBC 기자 개인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판과 우려가 나오는 모습이다.

임 기자는 31일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올린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을 18년차 기자이자 아이 엄마로 소개하며 “기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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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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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기자는 지난 30일 오전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당일) 변호사님과 함께 영장 내용을 확인하고 신체, 의복, 소지품에 대한 수색에 협조하고 차량 수색이 끝난 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도대체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을까”라고 썼다. 이어 “경찰은 집안 모든 PC, USB 등을 확인했고, 취재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다. 2006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부터 취재수첩까지,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다. 과연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년 전 취재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요청안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 기자는 경찰이 한동훈 장관을 거론하며 압수수색에 협조하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로부터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귀를 의심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영장 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건지 검찰에서 나온건지 헷갈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임 기자는 압수수색을 당시 경찰이 속옷 서랍까지 수색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다”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았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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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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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기자는 한 장관의 청문 자료 유출 혐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000명이 넘는다.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300명에서 1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한다. 그런데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경찰은 한 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된 자료가 임 기자를 거쳐 유튜브 ‘열린공감TV’ 등에 넘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임 기자는 “경찰이 압수수색 전 두차례 방문해 2개월치 차량 기록과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면서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향해 “인사청문회 당시 기자들이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취재할 때 미성년자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취재와 수사당하는 입장에서 어떤 게 더 공포스러울지, 한번쯤 생각해봤나”고 덧붙였다.

임 기자는 이 사건과 별도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논란을 보도한 뒤 여당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2020년에는 ‘검사 술 접대’ 사건 보도와 관련해 한동훈 장관으로부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MBC 노조는 “해당 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파문 등을 보도해 피고소, 피고발인이었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더욱이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별건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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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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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MBC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누군가를 억지로 해코지하기 위해서 주민등록번호, 수십년간의 주소 내역 등이 담긴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하는 것이 드러나는데도 그냥 넘어가면 다른 국민들께도 이런 일이 있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성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의 문제”라며 “저는 피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누구를 해코지 하지 위해 불법적인 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한 장관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깡패라고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하지 않았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깡패 짓”이라며 “복수의 화신으로 등극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을 MBC 기자가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 넘겨줬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사안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인 한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유출했다는 언론사와 기자가 이번 정부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혀있는 MBC가 아니었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나”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31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자료 유출과 관련해 경찰의 MBC 압수수색 시도를 어떻게 보았나’라는 질문에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허 의원은 “민주주의에서 언론·공영방송의 위상, 우리가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걸 생각하면 저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가 성역 불가침의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미 해당 기자의 집과 차량, 개인 소지품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쳤기 때문에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2차적으로, 보완적으로 했어야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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