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탄과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되던 순간, 공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한국군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가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이종섭 장관과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등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L-SAM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을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요격시험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전망대에 자리를 잡자 중앙에 5개의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에서는 서해 남부 무인도에 설치된 표적탄 발사대와 서해 중부 해역에 설치된 해상 시험발사 시설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들이 표적탄과 L-SAM 요격탄 발사를 위한 점검을 진행하는 모습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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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실시된 L-SAM 비행시험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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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은 약 200㎞ 거리를 두고 표적탄을 발사, L-SAM 다기능레이더(MFR)의 표적 탐지와 추적 및 요격탄 비행 안전성과 탐색기의 정밀유도 등 L-SAM의 성능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해군과 해경, 관공선 등 30척이 투입되어 시험이 이뤄지는 해역에 있는 선박들을 소개했다.
시험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자 서해 남부 무인도에 있는 발사대에서 표적탄이 발사되는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보여졌다. 빠른 속도로 정점고도를 향해 상승하는 표적탄의 궤적을 레이더가 포착·추적하는 순간 해상 시험시설에 있는 발사대에서 L-SAM 요격탄이 쏘아올려지는 모습도 실시간 중계됐다.
적외선 영상을 통해 요격탄이 날아가며 단분리를 하는 것을 확인한 직후 직격비행체와 표적탄이 충돌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소요된 시간은 매우 짧았다.
ADD 관계자는 “이번 시험에선 표적탄의 추진기관을 맞췄다”며 “지난 시험에서 탄두를 맞췄더니 파편이 매우 많아서 민간 피해를 방지하려는 차원인데. 기술적으로는 추진기관을 맞추는 것이 난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ADD는 2021년부터 비행시험을 실시, 지난해 11월 요격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요격시험을 실시해 관련 성능을 점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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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30일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L-SAM 탄도탄 요격시험을 참관하던 중 L-SAM의 요격 미사일이 교전 목표지점에서 표적 미사일에 명중하며 요격에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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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승 ADD 소장은 이번 시험에 대해 “L-SAM MFR의 표적 탐지·추적 능력부터 정밀유도를 통한 실제 요격에 이르기까지 L-SAM의 핵심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L-SAM은 2013년부터 선행연구를 시작, 탐색개발(2015∼2019년)을 거쳐 체계개발(2019∼2024년) 단계에 이르렀다. 시험평가를 거쳐 2024년 개발완료 후 2025년 양산에 착수, 전력화 계획에 따라 2020년대 후반 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L-SAM 1개 포대는 MFR과 교전통제소, 전원공급장치, 냉각장치, 항공기 요격탄·탄도미사일 요격탄 발사대로 구성되어 있다. 요격탄이 발사관 내에서 추진체를 가동하는 핫 런치(Hot Launch) 방식으로 발사된다.
L-SAM 탄도미사일 요격탄은 1·2단 추진체가 분리되면 요격지점까지 비행,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해 파괴하는 직격비행체를 탑재한다.
직격비행체는 측면 등에 위치자세제어시스템(DACS)을 장착, 요격지점까지 자세를 제어하면서 궤도를 바꿔 비행한다. 최종 유도는 적외선 영상 탐색기를 사용한다. 요격고도는 40~80㎞로 알려져 있다.
L-SAM 요격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 요격 예상지점에 도달하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 평양 인근에서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수 분 내에 서울에 낙탄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요격탄이 고속으로 비행해서 적 탄도미사일이 수도권에 도달하기 전에 격추해야 한다.
L-SAM이 높은 고도에서 방어를 맡으면, 하층방어체계인 패트리엇(PAC-3)과 M-SAMⅡ와 상호보완적으로 운용되면서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군 당국은 L-SAM의 성능을 높여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L-SAMⅡ 개발을 추진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25일 제15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2035년까지 2조7100억원을 들여 L-SAMⅡ를 개발하는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
6월에 사업타당성조사가 착수될 L-SAMⅡ는 풀업기동(미사일이 정점 고도 도달 후 하강하다 다시 상승) 능력을 갖춘 북한 탄도미사일과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가면서 활공 도중 선회비행을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활공단계에서 요격한다.
적 미사일을 가능한 먼 거리에서 요격해 지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발되는 L-SAMⅡ는 고고도 요격미사일과 활공단계 요격미사일을 함께 만든다.
고고도 요격미사일은 L-SAM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 등이 있어 개발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활공단계 요격미사일은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탐색개발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개발완료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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