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피해자 청바지서 가해자 DNA 나왔다며 '살인 미수→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 변경 요청...항소심 재판부 수용
검찰 “엽기·잔혹·대담한 범행 후 '구치를 탈출해 피해자 죽여버리겠다' 발언하는 등 반성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 필요”
가해자 최후진술서 "살인·강간 목적 없었다. 구치소 수감 동료가 수사 기관서 진술한 내용은 거짓"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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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건반장’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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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부산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 무차별 폭행을 가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피고인 A(30대)씨에게 징역 35년형을 구형했다.
부산고법 2-1형사부(부장판사 최환)는 31일 오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 의복에 대한 DNA 재검증 결과가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청바지 안쪽 허리와 허벅지 부위, 종아리 등에서 A씨의 Y염색체 유전자형이 검출됐다.
이에 검찰 측은 “DNA가 새롭게 검출된 부분은 A씨가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내거나 원래대로 수습할 때 접촉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라면서 “이는 A씨의 강간살인미수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A씨의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하는 등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기각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살인미수죄의 동기를 밝혀오는 과정에서 성범죄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심리가 있었고, 방어권 침해 우려는 없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새롭게 변경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쯤 부산진구 부전동 길거리에서 귀가하는 피해자에 성폭력을 가하기 위해 뒤따라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 있을 때 돌려차기로 뒷머리를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리고 머리를 발로 밟아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진 피고인 심문에서 검찰이 A씨에게 범행 동기에 관해 묻자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쳐다보면서 욕설하는 듯한 환청을 듣고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A씨에게 휴대전화로 ‘실신하면 소변을 누나요?’, ‘부전 묻지마 강간’ 등 사건 당사자만 알 수 있을 법한 내용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이유에 관해 묻자 “그냥 궁금해서 검색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A씨의 범행 내용이 엽기적인 만큼 잔혹하고 대담한데도, 오히려 ‘구치소를 탈출해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구금 중에 발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35년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보호관찰 20년 등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공판에 참여한 피해자는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성범죄 피해자로서는 마냥 기쁘지도 않은 일이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펑펑 울었다”며 “더 이상 A씨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상 공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A씨는 다른 피고인과 달리 반성 ‘연기’조차 없었고, 초등학생도 거짓말인 줄 알 것 같은 허술한 진술들로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에는 제 목숨이 달려있다”며 “아무런 죄가 없는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부디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살려달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분께 죄송하다”며 “하지만 살인이나 강간할 목적이 없었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구치소에서 수감 동료가 수사 기관에 진술한 내용은 거짓”이라며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죗값을 받겠지만 거짓된 부분도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선고 기일을 오는 12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한편 지난 1심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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