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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레이스’ 이연희 “‘박윤조’ 연기하며 찌든 직장인 친구들 이해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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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레이스’에서 열혈 직장인 ‘박윤조’를 연기한 이연희.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다.

‘청순미인’의 대명사 배우 이연희(35)가 쇼트 커트 열혈 홍보우먼으로 털털하게 돌아왔다. 디즈니+ 시리즈 ‘레이스’에서 학벌 집안 내세울 것 없지만 일에 진심인 마케터이자 세용 경양전략본부 홍보 3팀 대리 박윤조를 맡아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 10일부터 수요일마다 2회씩 총 6회가 공개된 ‘레이스’(극본 김루리, 연출 이동윤)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이연희 분)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K-오피스물이다.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과 냉혹한 사회 현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tvN ‘미생’이 떠오르지만, ‘레이스’를 연출한 이동윤 감독은 “‘미생’은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했다면, 우리는 홍보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보일에 대한 여러 갈래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희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직장인 친구들이 왜 그렇게 찌들어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며 웃었다.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 그래야 즐겁고 신난다”는 극중 박윤조의 대사처럼,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악바리 근성을 보여줬다. 특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했던 ‘세용 코스메틱’ 홍보 자리에 내정된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빗속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박윤조의 모습은 공감을 불러모았다.

특별한 무명시절 없이 순탄하게 연예계 생활을 해온 그는 “직장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요즘 친구들을 대변하는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어 좋았고,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80년대생(88년생)인 이연희는 90년대생 윤조를 연기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며 엄살을 떨었다.

“팀장님께 혼나고 우는 장면이 있는데, 왜 울까 싶었어요. 저희 때는 눈물을 보이기보단 그 자리에서는 삭히고 화장실에 가서 울었는데…요즘 친구들은 다르더라고요. 당당하게 표현하고 말하고 감정에 솔직하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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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이연희. 제공ㅣ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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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는 캐릭터를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주변 직장인들에게 실생활이 어떤지를 물어보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홍보인들이 쓴 책을 읽어보며 고민하기도 한 그는 “한 브랜드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많은 이들이 브랜드를 알게 됐을 때 홍보 담당자가 느끼는 성취감에 공감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윤조’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계약직으로 입사한 캔디형 인물. 일을 너무 좋아하고 남들한테 인정받고 싶어하는 친구였지만, 갖은 편견과 역경에 부딪힌다.

이연희는 그럴 때마다 박윤조의 씩씩하고 당찬 부분을 그려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한다. 박윤조는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 “‘원래 이 바닥이 이런 거죠?’라는 대사로 일갈한다.

이연희는 “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윤조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는 대사”라고 돌아봤다.

어느덧 데뷔 22년차. ‘레이스’는 자신의 신인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연희는 그때를 돌아보며 “모든 게 서툴렀고, 누군가에게 물어볼 줄도 모르고. 혼자서 끙끙 힘들어했다”며 “그런 것들을 알게 모르게 먼저 물어봐주시는 친절한 선배들 덕분에 이 길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그 역시 “점점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젊어지면서 이제는 뭔가 부탁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며 “선배일 때보다 후배일 때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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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2년차 이연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인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진ㅣ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극중 박윤조는 상사인 구이정(문소리 분)을 롤모델로 삼는다. 업계 최고의 PR 스페셜리스트 구이정을 만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나간다. 문소리와 보여주는 나이와 직급을 초월한 ‘워맨스 케미’도 이 드라마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선배님은 정말 쿨하고 멋지세요. 꼰대가 아니죠. 마인드 자체가 신 여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장에선 ‘늘 열심히 일하고 칼퇴하자’는 주의세요.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멋있어요.”

2020년 6월 비연예인 남성과 결혼한 이연희는 결혼 이후 한결 편안해보였다. 이 얘기를 꺼내자 크게 공감하며 “저 혼자만의 고민을 누군가 함께 해주고 나누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든든한 지원자, 조력자가 있다 보니 한결 더 편하게 내려놓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에너지도 얻는 것 같고요. 저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아니라, 필모(그래피)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때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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