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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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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변화한 시대 품은 디즈니의 선택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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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외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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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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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시대가 변했고, 동화는 과거에 머무르길 거부했다. 새로워진 시대에 발맞춰 '인어공주' 속 에리얼 역시 한층 더 성장했다. 인간이 정해놓은 기준을 거부하고, 고전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랑을 지키고 운명을 개척하길 선택했다. 그런 시대의 변화 앞에 누군가는 수긍하며 박수쳤고, 누군가는 비난을 쏟아냈다. 스스로가 쌓아 올린 고정관념과 편견의 탑을 무너뜨리고자 한 디즈니의 시도 '인어공주'가 만든 모습이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인어 에리얼(할리 베일리)은 늘 인간들이 사는 바다 너머 세상으로의 모험을 꿈꾼다.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간 에리얼은 폭풍우 속 가라앉는 배에 탄 인간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의 목숨을 구해준다.

갈망하던 꿈과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에리얼은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다리를 얻게 된다. 드디어 바다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되지만, 그 선택으로 에리얼과 아틀란티카 왕국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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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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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대표작이자 지난 1989년 개봉 이후 레전드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은 '인어공주'가 무려 34년 만에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는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해주며 자기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다.

'인어공주'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여러 의미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非)백인' 인어공주의 탄생에 인종차별 등 많은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에리얼은 빨간 머리를 가진 하얀 피부, 즉 백인의 모습을 한 인어다. 이처럼 디즈니가 만든 에리얼에 대한 고정적인 모습이 아닌 '흑인' 에리얼의 탄생에 전 세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 중에는 인종차별과 외모 비하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개봉 전부터 생겨난 논란은 개봉 후에도 이어지며 이른바 '별점 테러'와 여전한 '비난'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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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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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논란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영화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에리얼의 외모를 둘러싼 잡음이 영화를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했던 에리얼을 벗어나 하얀 피부가 아닌 에리얼의 등장은 영화를 영화 그 자체가 아닌 논쟁거리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불에) 탄 생선'이라는 인종차별과 외모 비하가 뒤섞인 비난부터 '흑인이라서 싫다는 게 아니라 배우 얼굴이 에리얼이 아니다'라는 인종차별 논란을 비껴가고자 한 외모비하 글들이 주를 이룬다. '인어'가 애초에 인간이 아닌 인외존재라는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라이브 액션으로 재탄생한 '인어공주'는 물론 완벽한 실사화라고 할 수는 없다. 무난한 연출과 원작을 그대로 답습한 스토리 라인은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그러나 에리얼을 비롯한 출연 캐릭터의 파격적인 재설정과 원작보다는 주체적으로 변화한 에리얼의 모습은 환영할 만한 변화다.

에리얼뿐 아니라 에릭 왕자도 관습과 틀 안에 얽매이지 않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 한다. 바다의 왕이나 여왕이 변화를 두려워할 때, 이들의 자식인 에리얼과 에릭은 기존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바다 왕국도, 육지 왕국도 다인종 구성원으로 구성하며 '백인'이라는 장벽을 넘어 다문화 세계를 이뤄냈다. 현실이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영화도 달라진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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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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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액션 이전까지 '인어공주'는 원작인 고전 동화의 틀 안에서만 움직였다. 그러나 현재에 재탄생한 '인어공주' 속 에리얼은 직접 마차를 운전하고 적극적으로 인간의 문화를 탐색하는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위기에 빠진 공주를 왕자가 구해낸다는 전통적인 동화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위험에 빠진 왕자를 공주가 구해낸다는 재해석은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상징물 중 하나인 바비 인형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고전동화는 물론 디즈니 스스로가 만들어 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적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과거의 인물을 새롭게 재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작업이다. 여성이 더 이상 남성에 기대어 그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운명을 만들어 간다는 변화를 원작에 반영해 '고전'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다.

그동안 '공주와 왕자' 서사를 답습해 온 디즈니가 하나둘씩 스스로가 쌓아 올린 높디높은 탑을 허물어 버리는 시도는 이미 이전부터 있어 왔다. '토이 스토리' 보핍은 치마를 벗어 던졌고,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술탄의 지위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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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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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공주에게만 적용된 게 아니다. '말레피센트'와 '크루엘라'에서는 빌런을 다른 시각으로 다루며 고정관념과 편견을 전복했다. 더 이상 '공주'와 '빌런'이라는 역할이 주는 관습적인 기대를 뛰어넘어 '현재'에 유효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지다.

오히려 변화하지 않고 자신의 왕국을 지키고자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논쟁거리가 돼야 한다. 디즈니는 스스로가 구축한 왕국을 무너뜨림으로써 지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왕국을 쌓아가고 있다. 편견과 차별, 고정관념을 벗어나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가 어떤 식으로 새로운 왕국을 쌓아 올릴지는 이미 보여줬고, 지금도 보여주고 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전복시켜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디즈니만큼이나 중요한 전환점을 보내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쟁과 비난 역시 사회문화적 과도기에 들어섰음을 반증한다. 그렇기에 디즈니를 비롯해 '인어공주'의 배턴을 이어받아 고정관념과 고전적인 문화적 요소에 대한 새로운 변주를 그려갈 작품들이 더욱더 기대된다.

135분 상영, 5월 24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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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인어공주' 메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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