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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찰 엄정 대응에... 민노총 서울도심 2만명 불법집회 자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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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행한 노조원 4명 체포

민주노총은 평일인 31일 서울 도심에서 노조원 2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신고된 시간 이후에도 주간 집회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세 차례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했다. 청계천 근처에서 연 야간 추모 문화제에서는 최근 분신·사망한 노조 간부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는 경찰관 폭행 혐의로 노조원 4명이 체포됐다. 민주노총의 불법 집회가 경찰의 원칙 대응에 좌절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일보

분신 노조원 분향소 설치 불발… 경찰 폭행한 4명 체포 -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분신으로 사망한 간부 양모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양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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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대대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전 10시 40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를 개정해 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행진했다. 서울대병원에는 건설 현장에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분신해 사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 양모(50)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 1만5000명은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청, 용산 대통령실, 경찰청 앞에 모여 집회를 시작했다. 오후 3시쯤 서울고용청 앞 왕복 8개 차로 중 3개를 점거한 노조원 5000명은 “건설노조 열 받았다. 노조 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살인 경찰, 살인 정권이 노동자 진압에 몰두했다”며 “우리는 격식을 안 따진다. (일부 언론사) 관계자 등이 보이면 즉시 무대로 끌고 와라. 당장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이들은 차로 3개를 내준 경찰을 향해 “자리가 비좁아 집회하기 어려우면 고용청 로비를 뚫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경찰은 차도 4개와 인도를 집회 장소로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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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사전 집회를 마친 뒤 서울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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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앞 도로에는 오후 2시쯤 건설노조 노조원 5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물러서면 다 죽는다. 열사 정신 계승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한강대로 삼각지역에서 남영삼거리까지 평균 시속은 6km에 못 미쳤다.

서울 세종대로 일대는 하루 종일 소음과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집회 무대를 설치하겠다며 코리아나호텔 근처에 ‘총력투쟁 결의대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찰은 왕복 8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내줬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는 민주노총 차원에서 서울 세종대로에 모인 2만명이 ‘총력 투쟁 대회’를 열었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수사를 멈추라는 것이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힘을 모아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고 노동자 정권 만들자”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증을 찢는 퍼포먼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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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3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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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전과 달리 노조의 불법행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찰에 신고한 오후 5시를 넘겨 집회를 계속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은 집회를 종료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며 경고 방송을 했고, 건설노조는 경찰에게 욕설을 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소음은 최대 기준인 95dB을 넘어 104dB로 측정됐다. 하지만 경찰이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리며 경고하자 민주노총은 주간 집회를 멈췄다.

이날 오후 7시쯤엔 청계천 광장에서 건설노조 6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분신한 양씨 관련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인도에 초록색 천막을 기습 설치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공무 집행 방해로 체포하겠다”며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고, 천막을 철거했다. 철거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이 철거하다 만 천막은 노조원들이 수거해 갔다고 한다. 노조는 이날 오후 8시 야간 집회 이후 도심 행진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과의 충돌을 우려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경찰이 선언한 ‘불법 집회 엄정 대응’ 방침이 이번 집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 전날 회의에서 “불법 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은 매운맛을 내는 일종의 ‘천연 최루액’이다. 윤 청장은 “집회 및 행진 시간을 제한하여 금지했음에도 시간을 초과하여 해산하지 않고 야간 문화제 명목으로 불법 집회를 강행하거나, 도심에서 집단 노숙 형태로 불법 집회를 이어가 심각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한다”고 불법 집회의 기준을 밝혔다.

윤 청장은 시위 당일 오전에도 집회가 불법 집회로 변질되는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청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현장 대책 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자유를 볼모로 한 불법 집회는 해산 등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며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부득이 사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했다. 캡사이신 분사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됐다. 윤 청장은 2021년 모두 폐차된 살수차 재도입 계획에는 “그 부분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에 앞서 소음이 적정 기준을 넘기면, 스피커 연결선을 차단하는 훈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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