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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찰 ‘고 양회동 시민분향소’ 철거 과정서 노조원 4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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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경찰청 앞 등

민주노총 곳곳서 결의대회

“노조 탄압·강경대응 멈춰라”

충돌 발생 노조원 4명 체포

‘캡사이신’도 6년 만에 등장

경향신문

강제철거에 ‘충돌’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등이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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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른바 불법 집회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뒤 처음으로 3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렸다. 본집회가 끝난 뒤 건설노조 등이 양회동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하고 경찰이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노조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한 노조원은 팔이 부러지는 등 노조원 4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용 ‘캡사이신 분사기’를 6년 만에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 서대문구 경찰청 앞, 양 전 지대장의 시신이 안치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4시20분쯤 서울 중구 세종로에 집결해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의 노동자가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전날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9시31분쯤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기동복 차림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출근했다. 윤 청장은 “경찰은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민 자유를 볼모 삼아 관행적으로 자행된 불법에 대해 해야 할 역할을 주저 없이 담당하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1시26분,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는 차 앞면·옆면에 철창이 달려있고 차벽을 설치할 수 있는 경찰 차량 6대가 배치돼 있었다. 세종로파출소 뒤편에는 경찰 견인차 3대가 배치됐다. 경찰은 이날 서울에 기동대 80개 중대를 투입했다. 오후 4시30분쯤 중구 파이낸스센터 건물 맞은편에 진압 방패를 들고 어깨에 캡사이신 분사기를 멘 기동대가 나타났다.

본집회가 경찰이 허용한 시각인 오후 5시가 넘어가자 경찰은 5시10분쯤부터 “집시법 12조 위반”이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집회는 오후 5시18분에 마무리됐다.

집회 분위기는 오후 6시30분쯤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오후 7시로 예정된 문화제를 앞두고 파이낸스센터 앞에 천막으로 된 양 지대장의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면서 급변했다.

경찰은 “천막 설치는 도로교통법 27조, 72조 등 위반”이라며 천막 해체를 시도했다. 오후 6시57분에는 “한 명씩 도로 쪽으로 빼내라”며 강제해산에 착수했다. 이어 오후 7시쯤 미란다 원칙(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변호인 조력권 등을 고지해야 하는 원칙)을 알린 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20분 기준 노조원 4명을 연행했다.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리자 노조원들은 “분향소는 경찰 권한이 아니다”라며 “위법행위는 공무집행이 아니다. 어디서 고인 위패 모신 곳을 경찰이 침탈하나”라고 항의했다. 경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천막을 둘러싼 노조원들과 경찰이 고성을 주고받았고, 팔이나 어깨 등을 이용해 서로를 밀치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4명이 부상을 당했다. 팔이 부러진 노조원 등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한 명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건설노조 조합원 A씨는 “경찰이 밀고 들어오면서 부상자 한 명이 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서 도로 쪽으로 밀려났고, 그 바닥에 쓰러진 뒤 119 구급차가 오기까지 20분 정도 방치됐다”고 말했다. 결국 천막은 설치한 지 1시간이 채 안 된 오후 7시6분쯤 경찰에 의해 철거됐다. 서울경찰청은 “경찰관을 폭행한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성명에서 “경찰은 시민분향소를 철거하기 위한 무력침탈을 가행했고, 현행범 검거와 캡사이신 분사를 하겠다며 겁박했다”며 “시민분향소 설치와 추모 행동을 저지하고 싶다면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윤석열 정권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열사와 유가족 앞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윤기은·강은·김세훈·이유진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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