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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정주영·최종현·신격호... 250억 울산판 ‘큰바위 얼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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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40m 흉상 만들어 랜드마크로”...일각선 비판 목소리도

조선일보

울산시가 미국 러시모어산의 '큰바위얼굴'을 연상시키는 대기업 창업주의 대형 흉상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은 미 러시모어산의 큰바위얼굴(왼쪽)과 울산시가 설치할 기업인 흉상 개념도. / 온라인커뮤니티, 연합뉴스


울산시가 시비 250억원을 들여 대기업 창업주의 대형 흉상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으로 유명한 러시모어산 국립공원의 ‘큰바위얼굴’ 조각상을 연상시키는데, 시는 기업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 재투자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31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250억원을 들여 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지에 최소 2명 이상 기업인의 대형 흉상을 건립하는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흉상 건립 대상 인물로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고 신격호 명예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SK그룹 석유화학 계열 공장이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묘도 울산에 있다.

사업 부지는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인근 부지로, 국도 24호선, 울산고속도로에서 잘 보이는 구릉지로 알려졌다. 20m 높이의 기단에 30~40m 크기의 흉상이 건립되면 높이는 최대 60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울산을 방문한 외지인이나 울산 시민들이 한 번씩 구경하게 되는 ‘관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부지 매입 50억원과 흉상 설계·제작·설치 200억원 등 총 25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는 전체 사업비를 자체 예산인 시비로 확보하기로 하고, 사업비 전액을 반영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울산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추경 예산안은 의회 심의를 거쳐 6월 중 확정된다. 시는 창업주 후손과 협의를 거쳐 흉상 건립대상자 선정과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세금 200여억원을 들여 대기업 창업주 얼굴 조각상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번쩍이는 금빛 흉상을 울산 관문에 전시하는 것은 기업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이익단체에서마저도 어리둥절해 할만한 일차원적인 일이다”라며 “재벌총수의 거대흉상 조성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울산의 발전을 위한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두겸 시장은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업도시 울산을 외부에 적극 알리고, 대한민국과 울산 발전의 주역인 기업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다소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지만 기업 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투자 대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울산에서 계속 기업활동을 이어 나가면서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부족한 인재, 높은 땅값 등으로 수도권 투자나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이 적지 않는데, 흉상 설치 사업은 그런 결정을 재고하도록 하고 울산 재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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