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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도체 재고 83% 급증…제조업 재고율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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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영향으로 인해 제조업 재고율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안 팔리고 쌓인 상품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4월 생산과 소비지수 모두 감소했다. 앞으로 경기상황을 점칠 지표인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째 하락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지수는 109.8(2020년 100)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작년 2월의 -1.5%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불황으로 인해 생산주체들이 제품 생산량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전산업생산지수(IAIP)는 한국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산업이 일으킨 재화와 용역 관련 생산활동 동향을 월별 집계해 숫자로 나타낸 지수다. 농림어업,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5개 계열의 지수가 가중평균돼 전산업생산지수에 포함된다. 다만 농림어업의 경우 연간 기준으로만 집계된다.

국내총생산(GDP) 등의 경제지표는 분기 단위로 작성돼 단기간의 경제동향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전산업생산지수는 단기간 경제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때문에 전년동월비 증감 수치 못잖게 전월대비 증감 수치의 경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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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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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조업 재고율, 1985년 이후 가장 크게 증가

4월 전산업생산지수 하락은 제조업 생산이 전월대비 1.2%, 전년동월대비 9.0% 줄어든 영향을 크게 받았다. 내수 출하 -3.7%, 수출 출하는 -10.9%(전년동월비)의 역성장세를 보였다. 전월비로도 내수 -2.3%, 수출 -7.3%의 하락률을 보였다.

그 결과 4월 제조업 재고는 전월대비 6.2% 급증(전년동월대비 15.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4월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대비 13.2%포인트 상승한 139.4%가 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만큼 한국 상품이 팔리지 않음을 뜻한다. 그 때문에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을 줄였고, 그 결과가 4월 제조업 생산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 출하량은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는 전월대비 4.6% 감소했고 전년동월비로는 7.0% 줄어들었다. 업종별로 재고 증감 현황을 보면 역시 반도체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4월 반도체 재고는 전월대비 31.5% 증가했고 전년동월대비로는 거의 두 배인 83.3% 증가했다.

석유정제의 재고도 전월대비 15.1% 증가했다. 다만 전년동월에 비해서는 5.1% 감소했다.

업종별로 제조업 출하 증감 현황을 보면, 반도체 출하량이 전월대비 -20.3%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32.8%에 달했다.

전자부품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전월대비 -17.5%, 전년동월대비 -24.8%의 역성장을 보였다.

화학제품 출하량은 전월대비 0.8% 증가했으나 전년동월대비로는 -11.8%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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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조업 재고율. 반도체 부진이 확연히 두드러진다.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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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하락세 뚜렷… 문제는 반도체

특히 내수 출하에 비해 수출 출하가 더 뚜렷한 하락 기미를 보이는 와중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함을 보여준다.

제조업체 경기의 핵심 지표인 수출을 업종별로 나눠보면 역시 반도체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4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월대비 -22.0%에 머물렀다. 1년 전에 비해서는 -33.0%의 부진을 보였다.

전자부품 수출량도 줄어들었다. 전월대비 -22.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29.9%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통신.방송장비 부문의 수출 증가율은 전월대비 42.3%를 나타내 다른 업종과 대조를 이뤘다. 다만 전년동월비로는 -6.4% 역성장했다.

건설수주 반토막…경기선행종합지수 6개월째 하락

한편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대비 -0.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건설업은 1.2% 증가했다.

특히 하락이 두드러진 계열은 공공행정이다. 전월대비 감소율이 12.4%에 달했다. 이는 2011년 2월(-15.3%)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서 공공보건 관련 지출이 줄어든 결과가 반영됐다.

내수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4월 소비동향을 보면, 이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2.3% 감소한 105.2(계절조정)에 그쳤다. 이는 작년 11월(-2.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2월 5.1% 증가했으나 다시 감소세로 확연히 돌아선 모습이다.

의복, 오락·취미·경기용품, 신발·가방 등이 포함된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이 6.3% 감소했고 음식료품, 화장품,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도 1.2% 감소했다. 통신기기·컴퓨터, 승용차, 가구 등 내구재는 1.7% 감소해 모든 계열에서 판매 감소가 나타났다.

향후 경기 동향을 점칠 수 있는 기계류 내수출하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9% 감소한 99.1이었다.

건설기성은 토목에서 공사 실적이 감소(-2.4%)했으나 건축(2.4%) 실적은 증가해 전체로는 전월대비 1.2% 증가했다.

다만 건설수주는 급감했다. 주택 등의 건축 수주가 전년동월대비 56.1% 감소해 반토막났고, 기계설치 등 토목은 2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설수주(경상)는 전년동월대비 50.6% 감소했다.

발주자별로 보면 정부 등 공공에서 5.3% 증가했으나 민간에서는 58.8% 급감했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2포인트 오른 99.9였다. 3개월째 증가세지만 여전히 100 아래다. 경기동행종합지수 산출을 위해서는 내수출하, 수입액, 비농림어업취업자수, 서비스업생산지수 등이 포함된다.

앞으로 경기 국면을 점칠 수 있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2포인트 떨어진 98.0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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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4월 105.2(2020년=100)로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폭 감소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6.3% 줄었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2%)도 판매가 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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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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