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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추홀구 전세 ‘사기왕’의 본말전도…“전세 제도가 문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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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 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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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건축업자 남아무개(62)씨 일당의 변호인쪽이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세제도 자체의 근본적 문제’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부장판사는 31일 오전과 오후 남씨 일당 사건 4차,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남씨 일당의 변호인은 “우리나라 건물주는 전세 보증금을 예금 또는 보관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고,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전세 보증금은 새로운 임차인에게서 전세 보증금을 받아서 (기존 세입자에게)반환하는 것이 보통이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전세 제도는 새로운 임차 희망자가 없게 되거나 부동산 거래 가격 하락으로 전세가가 떨어지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매매가가 상승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변호인은 또 “2022년 들어서 대출금 이자 상승으로 건물주가 이자를 연체하게 됐고, 부동산 거래 가격 하락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새로 임대해도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옛날에 없던 일이 2022년 발생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이번 사건이 사기가 아닌 제도적 문제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취지다.

이에 증인으로 나온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계약 당시부터 임대인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변호인은 깡통전세와 같은)제도적 현상으로 이 사건을 설명하고 싶은 것 같은데, 깡통전세와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날 4차, 5차 공판에서 피해자들은 공인중개사들이 남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ㄱ씨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근저당을 불안해하니까 공인중개사가 ‘문제 된 적 없었고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ㄴ씨는 “부동산에서 이 물건은 우리가 계속 중개했던 물건이니 안전하다고 했다”며 “집 주인이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공인중개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보증금을 보장해주겠다며 이행보증서도 작성해줬다”고 말했다.

남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남씨 등이 가로챈 전세 보증금이 이미 기소된 125억원을 포함해 총 430억원(533채) 규모인 것으로 보고 최근 검찰에 사건을 추가로 송치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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