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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 서면평가와 함께 사라진 팁스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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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스(TIPS) 떨어졌는데 재도전할지 고민입니다. 뭘 보완해야 할지 애매하니 난감하네요."

최근 팁스에서 탈락한 한 스타트업 대표 A씨의 푸념이다. A씨는 올해 초 어렵게 서류를 준비해 팁스를 신청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하반기 재도전에 나설지 고민 중이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민간 팁스 운용사가 창업기업을 발굴해 1억~2억원을 투자하면 중기부가 선발해 연구개발 자금 및 사업화 자금 등 최대 9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올해 팁스 선정평가 절차를 단축했다. 기존에 진행했던 서면평가와 대면평가를 대면평가 하나로 일원화했다. 팁스 운영기관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가 구성한 심사위원들은 창업기업이 제출한 50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대면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절차가 단축된 건 창업기업이 팁스 준비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존 서면평가가 있을 당시 심사위원들은 창업기업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세세한 피드백을 주고, 사업성과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 수정을 요구했다. 심사위원들은 주요 결격사항이 없는 이상 수정된 사업계획서를 기준으로 대면평가를 진행했다.

서면평가가 사라지자 실제 팁스를 준비하는 시간도 대폭 줄었다. 최근 팁스에 선정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팁스 준비에 할애해야 했던 시간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면평가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 서면평가 때 보완하지 못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심사위원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대면평가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제대로 답변하기도 어렵다. '단판 승부'라는 점도 초기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결국 정부 사업이나 사업계획서 작성 경험이 풍부한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밖에 없다.

서면평가 과정에서 기술력은 괜찮은지 사업성은 있는지 심사위원들로부터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잃었다. 팁스는 기술력 있는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기업을 찾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팁스의 본질을 되돌아봐야 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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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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