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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상구 누가 열었는지 아무도 몰랐다…착륙 뒤 ‘처벌 질문’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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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열 당시 목격자 없어

‘투신시도자’로 판단해 보호하기도

피의자 질문에 뒤늦게 경찰 신고


한겨레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의 출입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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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하기 직전 비행 중인 여객기 비상구 문을 열어 구속된 이아무개(33)씨가 기내에선 ‘투신 시도자’로 보호받은 게 뒤늦게 확인됐다. 비상구 문을 스스로 열었다는 사실은 비행기가 착륙한 뒤 이씨가 오히려 처벌 여부 등을 물어보면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아시아나항공 쪽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가 난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만 해도 비상구 옆 좌석에 탄 이씨가 비상구 문을 개방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착륙 과정에서 안전벨트를 맨 채 앉아있는 승무원 시야에서 이씨는 보이지 않았고, 옆자리에 앉은 승객을 비롯해 주변 탑승자들도 문이 열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은 뒤 비상구 문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듯한 행동을 했고, 승무원과 승객 3명은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비상구 문을 연 피의자를 ‘제압’한 게 아니라, 문밖으로 뛰어내리려는 피해자를 ‘제지’했다는 것이다.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막아선 사진은 비행기가 땅에 착륙한 뒤 출입문에 안전바를 설치하고 추가 투신시도를 막기 위해 몸으로 막아선 상황이었다.

구속된 이씨가 비상구 문을 열었다는 사실은 이씨가 오히려 먼저 질문을 던지면서 알려졌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 아시아나항공 쪽은 이씨가 투신 시도를 한 만큼 일정 시간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답답하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요구해 아시아나항공 직원과 함께 대구공항 밖으로 나갔다가, 이 직원에게 ‘비행기 문을 열면 어떻게 되냐. 처벌을 받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씨를 사건 발생 40여분 뒤인 오후 1시 2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건 바로 직후에는 타임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고 언론 보도에 대해 그때그때 파악한 사실을 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피의자를 대구공항 밖에 방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해당 남성이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문 열린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구금할 수도 없지 않으냐”며 “공항 외부로 나가 있을 때도 직원이 옆에 서 있었다”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는 여객기가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쪽 대응이 적절했는지, 항공안전법상 여객기를 사전에 제대로 정비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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