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북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곧바로 인정한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례적 실패 신속 인정…‘조기 수습’ 차원

발사 과정 안정적 통제 역량 과시 분석도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즉각 인정했다. 로켓 발사 직후 그것도 실패한 상황에서 곧바로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앞서 발사를 예고해 국제사회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설명이 없을 때 제기될 각종 논란에 선을 긋고, 발사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재발사를 위한 사태 ‘조기 수습’ 차원이란 것이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9시5분쯤 ‘군사정찰위성 발사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발표했다.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지 약 2시간30분 만이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우주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하여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며 실패 가능성을 밝힌 직후였다.

통신은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1형’이 “정상 비행하던 중 1단계 분리 후 2단계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북한) 서해에 추락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 실패 내용을 신속히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북한은 각종 미사일과 위성 발사 소식을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같은 공식매체를 통해 밝혀왔다. 이러한 보도는 대내외 선전 목적이 큰 만큼 발사에 실패했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미가 정찰자산으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사실을 포착했고 국제사회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비공개할 경우 불거질 각종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해 군사정찰위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 발사 결과를 혹평한 남한 전문가들을 맹비난하는 등 외부 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발사 실패 원인과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며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주변국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발사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위성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발사 행위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 29~31일 일본 당국과 국제해사기구(IMO)에 “5월31일 오전 0시부터 6월11일 오전 0시 사이에 위성을 발사하겠다”며 통보 절차를 밟기도 했다.

위성 자체가 직접 공격에 사용되는 무기가 아닌 만큼 군사기밀 측면에서 관련 사실을 공개하는 부담이 적었을 수도 있다. 2012년 4월13일 ‘광명성-3호’ 위성 발사 실패 때도 당일 “지구관측 위성의 궤도 진입은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위한 수습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상황을 조기 수습하는 게 재발사 준비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위성에 대한 신뢰를 다지고 가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추가 발사가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상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발사 성과를 과시하고자 전원회의 이전에 재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이 통보해둔 5월31일 오전 0시부터 다음달 11일 오전 0시 사이에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추가 발사까지 실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기술적 보강에 신중을 기하고자 다소 길게 미룰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 “엔진 이상 점검과 보완에 수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결함이 경미할 경우 조기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보고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